강풍에 홀린 박인비, 쿼드러플 보기 악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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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박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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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여제’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텍사스의 강풍에 무너졌다.

LPGA 텍사스 슛아웃 13위에 #한국계 노무라 통산 3승째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발룬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 프리젠티드 바이 JTBC 최종 4라운드가 열린 1일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라스 콜리나스 골프장. 초속 17m의 강풍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세찬 바람 탓에 멈춘 공마저 움직일 정도여서 그린까지 달려가 재빨리 마크를 하는 선수도 있었다.

박인비는 이날 쿼드러플 보기를 포함해 보기 4개, 더블 보기 1개, 버디 1개를 묶어 9오버파 80타를 쳤다. 올 시즌 평균 타수 68.83타로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던 박인비는 강풍 탓에 올시즌 처음으로 80대 타수를 기록했다. 2007년 데뷔한 박인비가 80대 타수를 기록한 것은 이날이 세 번째였다. 손가락 부상을 당했던 지난해 5월 볼빅 챔피언십 1라운드의 12오버파 84타가 역대 가장 나쁜 스코어다.

390야드의 파4 15번 홀. 박인비는 두 번째 샷을 앞두고 5번 우드를 잡았다. 하지만 탄도가 높았던 샷은 바람에 밀려 그린에 미치지 못한 채 오른쪽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벌타를 받고 네 번째 샷을 했지만 이번에는 그린을 지나 한참을 굴러갔다. 다행히 워터해저드에 빠지진 않았지만 샷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다.

결국 박인비는 여섯 번째 샷 만에 온그린에 성공했고, 2퍼트를 해 기준 타수보다 4타나 많은 쿼드러플 보기를 기록했다.

전날까지 2위를 달렸던 박인비는 이날 9타를 까먹은 끝에 합계 3오버파로 공동 13위까지 미끄러졌다. 세찬 바람 탓에 거리와 방향을 종잡을 수 없었던 박인비는 이날 그린 적중률 22.2%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박인비의 그린 적중률은 79%였다.

한국계 일본인 노무라 하루(25·한화)가 합계 3언더파로 크리스티 커(40·미국)와 동률을 이룬 뒤 연장 여섯 번째 홀에서 버디를 낚아 통산 3승째를 챙겼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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