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높길래…대우건설, 지난해 하반기 분양 9곳 중 7곳 중도금 대출 문턱 못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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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형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는 금융권의 중도금 대출 규제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 덕에 대개 초기 분양률이 높고 회사의 신용도도 안정권이기 때문이다.

중도금 대출 규제 대형사도 예외 없어 #"공격적 수주에 따른 소화불량" #신용등급 하락 영향 지적도 #대우건설 "별 문제 없다"

하지만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대형 건설사도 중도금 대출 금융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기 일쑤다. <본지 4월 27일 자 B6면>
 특히 지난해 하반기 분양해 대우건설이 짓는 아파트 9개 단지 중 7곳이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금융결제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7~12월 분양한 9개 단지 중 의왕 장안·용인 수지 등 두 단지를 제외한 7곳의 중도금 대출처를 확정하지 못했다. 12월 분양해 오는 6월 1차 중도금 납입기한인 '시흥 센트럴 푸르지오'를 빼면 모두 1차 중도금 납부 기한이 지났거나 목전에 둔 단지다.

지난달 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1차 중도금 납부일이 도래한 전국 247개 단지의 15% 정도가 대출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대우건설 본사 사옥. [사진 대우건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대우건설 본사 사옥. [사진 대우건설]

지난해 8월 경북 경주에서 분양한 '경주 현곡2차 푸르지오'는 1차 중도금 납부기한(1월 12일)을 넘기고 2차 기한(5월 12일)이 코앞에 닥쳤지만, 아직 대출처를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1순위 평균 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주공2단지 재건축)'은 지난달 일반분양자 중도금 1차 납부 기한을 미뤘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에 나온 '연희파크 푸르지오'도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중도금 1차 납부일을 연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공격적으로 펼친 주택사업이 중도금 대출 대목에서 소화불량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출 할당량을 넘어선 영향이라는 예측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각 건설사마다 금융기업이 중도금 대출을 해주는 할당량이 있는데, 지난 2~3년간 대우가 분양을 많이 하면서 그 한도를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용등급 하락 때문이란 얘기도 나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연초에 대우건설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췄다. 안진회계법인이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에 대해 '의견 거절'을 내놓은 여파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분양 물량은 다른 대형사도 많았고, 신용등급 하락이 아닌 회계법인의 '의견거절' 때문에 연초 은행을 구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장도 한 두 곳 외엔 문제될 게 없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 시행 주체인 조합과 함께 빠른 시일 안에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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