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김빠진 콜라는 마시기 싫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1면

<4강전 2국> ●이세돌 9단 ○커  제 9단

기보

기보

3보(30~44)=커제 9단이 뒤늦게 백30으로 좌변을 갈라왔다. 이세돌 9단의 애초 계획은 이미 뒤틀린 상태. 김이 새버린 이 9단은 잠시 망설이더니 흑31로 우변에 돌을 붙여본다. 김빠진 콜라를 마시긴 싫으니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보려는 심산인 걸까. 흑33, 35로 변화를 만든 다음에야 37로 좌변을 수습한다.

대국을 검토하는 한국바둑 국가대표팀 선수들 표정이 좋지 않다. 좌변을 바로 받지 않고, 선행된 우변 교환이 흑에 좋은지 의문이란 거다. 기세에 밀리기 싫다는 이 9단 의중은 이해하지만, 초반부터 곤마를 만들어버렸으니 앞으로 흑의 행마가 막막하다. 오늘도 왠지 고행길이 예상된다. 아니나다를까 "어제처럼 초반 흐름은 커제 9단이 좋다"는 게 국가대표팀 선수들 중론이다.

참고도

참고도

커제 9단이 백38로 상변을 가르자, 이 9단은 본체만체하고 흑 39로 다시 우변을 향한다. 아직 우변에 볼일이 남았다는 뜻. 백40, 42, 44는 우변 위쪽 백마의 살길을 도모하는 수순이다.

물론 백44 대신 '참고도' 백1, 3으로 우변의 흑 석 점을 잡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흑6, 8, 10으로 바깥이 둘러싸여서는 백이 곤란. 석 점을 대가로 상변과 중앙 일대에 시커먼 철벽을 만들어주는 꼴이다. '소탐대실'은 바둑과 인생에서 항상 경계해야 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