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 "이모가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에 있는 돈으로 딸과 손자 키워달라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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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가 장시호씨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에 있는 돈으로 정유라씨와 정씨의 아들을 키워달라고 부탁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에서 24일 열린 최씨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증인으로 나온 장시호씨를 상대로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장씨의 진술 조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실에서 최씨와 장씨가 만난 일에 대해 질문했다.

최순실씨(왼쪽)와 그의 조카인 장시호씨. [중앙포토]

최순실씨(왼쪽)와 그의 조카인 장시호씨. [중앙포토]

특검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장씨와 최씨는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서 검사 입회 하에 얼굴을 마주했다. 특검팀이 재판에서 “최씨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냐”고 묻자 장씨는 “그렇다. 당시엔 내가 왜 검찰에 왔는지 몰라서 그랬다”고 대답했다.

장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에 대해서는 이모인 최씨가 잘 알았다. 이모도 ‘내가 시킨 심부름을 한 네가 무슨 죄가 있겠냐"며 검사에게 "유진이(장씨의 개명 전 이름)는 언제 나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에 따르면 최씨는 이후 장씨에게 비밀 지령을 내렸다. 검사실에서 서로 울던 중 최씨가 장씨를 안고 귓속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장씨가 말을 알아 듣지 못하자 최씨는 A4용지를 반으로 접어 ‘삼성동 2층 방, 유주(정유라씨의 아들), 유치원’ 이란 글자를 써서 보여주려 했다는 게 특검팀 설명이다.

장씨는 ”처음에 메모의 뜻을 이해 못해서 종이에 물음표를 그렸더니, 최씨가 검사에게 ‘물을 먹고 싶다’고 해 검사가 나간 사이에 말을 해줬다. ‘삼성동 2층 방에 돈이 있으니 정유라와 아들을 그 돈으로 키우라’고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특검팀이 “최씨가 한 번 더 물을 갖다달라고 요구한 뒤 ‘삼성동 집 경비가 널 모르면 이모 심부름 왔다고 하라’고 했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언급한 삼성동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라고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최씨 등에 대한 수사 때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집을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로 2층 방에 돈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느 정도 액수였고 출처가 어디였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당시 부장검사와 조사관 등이 자리에 있지 않았냐.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재판장은 격앙된 최씨에게 “그렇게 흥분해서 말하면 발언 기회를 줄 수 없다”고 제지했다. 최씨의 변호인은 해당  진술조서의 내용을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장씨는 “이모가 ‘30분 후에 입금 될 것’이라고 밝힌 당일에 실제로 삼성에서 5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영재센터에 보냈다”고 증언했다. 특검팀이 공개한 장씨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최씨는 2015년 7월 삼성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기로 했지만 한 달 동안 기별이 없자 장씨에게 “내가 위에다 전화를 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요청한 걸로 알았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장씨는 “조서에 나오는 ‘큰집 엄마’라는 표현은 박 전 대통령을 뜻하는 것이다. 우리 가족들은 다 그렇게 불렀다”고 덧붙였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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