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 명이 사이버테러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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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접수 대행사인 J사. 같은 날 오전 9시40분쯤부터 서버가 느려지다가 아예 다운됐다. 살펴보니 수많은 IP(인터넷 주소)에서 초당 4~40번씩 접속을 시도하고 있었다. 인터넷 B 또는 D 사이트를 통한 사이버 테러였다. 놀란 기술진은 오후 이들 사이트를 동일한 방법으로 역공해야 했다.

지난해 12월 28일 낮 12시 마감 예정이었던 2006년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 마감이 하루 연장된 데는 사이버테러의 영향도 있었다. 당시 일부 수험생이 같은 학교나 다른 학교에 이중 접수하거나, 원치 않는 대학에 지원서를 내야 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0일 정시모집 원서접수 대행사이트 서버에 과도하게 접속토록 하는 프로그램('방법 2006')을 유포한 혐의로 고교생 이모(18)군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 프로그램을 이용, 사이트 공격에 가담한 수험생 등 33명을 입건했다. 이들 중엔 고3 학생(16명)과 재수생(14명), 대학생(2명)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25명이 대학에 합격했고, 6명이 예비합격했다.

경찰 조사 결과 12월 28일 하루 동안 원서접수 대행 사이트 두 곳 서버에 681개의 IP를 통한 52만여 회 접속이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쟁률을 낮춰보려고 한 일"이라며 "1000여 명이 동시에 초당 네 차례 이상씩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김화진 대학지원국장은 "상대방의 원서 접수를 방해한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말했다. 사법 처리 결과에 따라 사후 불합격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는 "이번 일은 일부 수험생이 다른 수험생의 원서 접수를 못 하게 해 자신이 이득을 보려 한 것"이라며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비도덕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상당히 무서우면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고정애.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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