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이있는책읽기] 거짓말이 센스라고? 진실의 가치에 고민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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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그러나 살다보면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악한이 들이닥쳐 아들의 목숨을 내놓으라할 때 피신처를 정직하게 일러줄 어머니가 있을까. 대화 상대를 배려하려고 가볍게 거짓말을 할 때도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재치나 애정의 표현으로 여긴다. 고향에서 안부 전화를 걸어온 부모에게 몸이 좀 아파도 "잘 지내요!"라고 대답하는 자식, 고심 끝에 옷을 고른 손님에게 "잘 어울리세요!"라고 칭찬하는 직원에게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할 사람은 별로 없다.

결코 해서 안 되는 '새빨간 거짓말'과 가끔 해도 좋은 '하얀 거짓말'이 있는 걸까? 거짓말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 그 거짓말은 용서해도 되는 걸까? 편리하기 위해서 꺼낸 작은 거짓말이 쌓이면 어떤 큰 불편이 생길까?

'엄마는 거짓말쟁이'(김리리 글, 다림)는 '눈 딱 감고' 거짓말을 해치우는 아빠 엄마와 그런 어른을 이해하지 못하는 슬비의 갈등을 담은 동화다. 엄마는 다 알고도 '약속을 깜빡 했다' 하고, 걸핏하면 '애가 아파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슬비는 맘에 없는 말을 반 마디만 하려 해도 '숨을 들이 쉬고 용기를 내야' 하는데 아빠는 '그까짓 게 뭐 어렵냐'며 핀잔이다.

하지만 원하는 걸 얻으려면 거짓말을 보태야 한다는 걸 배운 슬비도 야금야금 거짓말을 늘린다. 결국 엄마의 거짓말과 슬비의 거짓말이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한꺼번에 들통 나고 만다. 거짓말에 대한 논술문을 쓸 때는 세상에 진실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는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만약 '진실의 의무'만큼이나 소중한 다른 의무가 눈앞에 함께 놓여 있다면, 두 의무 중에 어느 의무를 먼저 지켜야할까도 고민해보자. 부끄럽게도, 이 문제는 거짓말을 '생활의 센스'로 여길 만큼 진실 불감증에 걸려버린 어른들이 먼저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다.

김지은(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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