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자 관훈클럽 토론회 기자방담|대통령 예비고사…"대체로 합격" 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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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달 30일 평민당의 김대중후보를 시발로 시작된 4주자들의 관훈클럽 토론회가 13일 노태우 민정당총재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토론은 유례없이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어요. 일종의 「대통령예비고사」라고 할까요. 후보자의 정책·신상명세 문제점등에 관해 후보자를 공개석상에 불러 앉혀놓고 질문공세를 퍼부어 적나라하게 벗겨본 것은 국민들의 알고싶은 욕구를 대신 물어줬다는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겠지요.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데 상당히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우리 선거사상 처음 시도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선거운동의 방식을 변화시키는데도 역할을 했을 거예요. 수많은 군중이 구름처럼 모여 흥분과 열기와 마이크 소리로 혼을 빼가는 식의 군중유세형 선거운동만 선거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후보들이 군중대회에서 사람 모으는 것만 능사로 할게 아니라 자기당의 정책을 자기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 대통령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 경륜등을 제시할 수 있어야겠다고들 느꼈을 겁니다.
-앞으로 후보자간에 TV토론회 같은 것도 있어야겠고 생생하게 중계되는 정책토론회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토론을 보니 4명의 주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랄까, 의혹같은 것이 대충 정리되더군요. 김대중씨에겐 일관성 문제가 집중 제기됐고, 김종필씨에게는 공화당 18년의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무슨 논리로 다시 나왔느냐는 것이고, 김영삼씨는 과연 수권능력이 있느냐는 점이 질문의 초점이었습니다. 노태우씨에게는 12·12와 권력장악 과정이 뜨거운 쟁점으로 질문이 집중됐어요.
-전체적인 진행이 토론회라고 하기보다는 「청문회 」비슷하게 되고 정책이나 비전제시보다는 과거 행적·개인문제등에 관한 질문이 많아 다소 아쉬운 점도 있더군요.
-그렇지만 이런 토론회는 우리나라 선거운동에 하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네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 모두 큰 부담을 느꼈던 것 같더군요.
김영삼총재는 『잘 끝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왔다』고 했는가하면 노태우총재나 김대중총재도 사전에 연습을 많이 했어요.
각후보의 참모들은 보스를 내보내놓고 마치 대학입학시험을 보러간 자녀를 보듯 조마조마한 표정들을 지었어요. 어려운 답변을 잘 넘기면 여기저기서 『휴』 하는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였으니까요.
-준비해온 예상질문이 나오면 술술 답변하는데 허를 찔리면 당황하는 경우도 많았지요.
-노후보의 토론이 끝나자 그 자리에 있던 정석모사무총장·이춘구선거대책본부장등은 대성공이라며 희색이 만면이더군요.
-사전준비총책인 현홍주차장은 『예상질문 가운데서 모두 질문이 나왔다』면서 『정책사항에 관해 준비를 많이 했는데 그 분야 질문이 적어 아쉬웠다』고 토로하더군요.
-4명 모두 준비도 많이 했고 토론과정 전체가 국민에게 전해지면 손해볼게 없다는 생각들인 것 같아요.
-그러나 토론내용에 관한 TV보도에는 야권3자 모두 불만이 많아요. 거두절미한 것도 많았고 몰리는 부분만 집중방영을 한데다 본인의 의도를 왜곡했다고 불평하더군요.
-이제 다 끝났으니 4명의 토론내용 모두를 가감없이 그대로 방영해 국민의 판단을 구하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일부 후보들은 토론회에서는 잘했는데 TV방영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고 방송에 불만을 터뜨리더군요.
-김대중씨는 『관훈클럽에서 나는 썩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TV를 보니 낙제점이더라』고 불만을 토로했고, 김종필씨도 조용직대변인을 통해 노골적으로 TV의 「왜곡편집」태도를 비난했지요.
-김대중씨는 특히 먼저 매를 맞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는 거지요.
-김영삼씨측은 성공적이라고 주장해요. 아마도 말솜씨가 별로 없고 비체계적인 김총재가 그런대로 잘넘겼다는데 대한 안도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동문서답을 더러 했지만 막힘없이 말을 했고 사생활 부분도 적당하게 넘어갔다고 보죠.
-주최측도 각 후보들에 대한 질문과 추궁의 강도를 공정하게 유지하는 문제에 무척 신경을 썼다고 해요.
과연 여야 구별없이 신랄하고 가차없는 질문을 할 것이냐에 관심이 높았던 점을 의식해 질문자와 관훈클럽측에선 질문의 일정한 강도유지에 무척 신경을 썼다는데 그만하면 일정 수준이 유지됐다는 평입니다.
-질문자들의 사전준비도 후보자 못지 않게 매우 치밀하고 정력적이었지요.
-어느 질문자는 후보자의 군대 경력과 관련해 국방장관의 확인서까지 증거로 제시했고 김종필씨가 김영삼총재 제명투표에 부표를 던졌다는 발언을 추궁하기 위해 8년전 신문카피까지 갖고 나왔더군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같은 질문자들의 열의나 사전준비에 대해 후보자들이 한마디로 부인해 버리거나 동문서답식의 답변으로 얼버무리려는 답변을 너무 많이 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었어요.
-결론적으로 4주자가 대체로 무난히 답변했다고 할 수 있어요. 대통령후보감으로 누가 더 나은지는 국민들이 투표로 선택하겠지요.(정리=문창극·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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