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한국기업 7할, “한중 관계 악화로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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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66%가 한중 관계 악화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도입 논란’으로 인한 현지 수요 감소,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北京)사무소, 중국 한국상회는 중국에 진출한 7개 업종 218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올해 1분기 현황 경기실사지수(BSI)에서 시장 상황(시황)이 80, 매출액이 78로 모두 지난해 4분기보다 하락했다고 18일 밝혔다. 특히 매출액은 전 분기보다 24포인트 하락하면서 2분기 만에 기준점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자동차ㆍ유통업 중심 1분기 BSI 큰폭 하락 #현지정부 규제 어려움 꼽는 기업 2배 증가 #2분기 전망도 매출과 시황 소폭 증가 그쳐 #중국 정부 규제 지속될 것이란 전망 커

중국진출 한국 기업의 1분기 BSI 현황[자료 : 산업연구원]

중국진출 한국 기업의 1분기 BSI 현황[자료 : 산업연구원]

BSI는 경영실적과 판매, 비용, 경영환경, 애로사항 등을 0~200 값으로 산출한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긍정적인 응답을 한 업체가 더 많았다는 뜻이고 100 미만은 반대를 의미한다.  현지판매 지수 역시 79로 한 분기 만에 다시 기준점 밑으로 내려앉았다. 경영여건을 보여주는 영업환경(57)과 자금조달(71), 제도정책(48) 역시 크게 하락하며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인건비(142)와 원자재구입비(143)만이 전 분기보다 각각 3과 1포인트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이 가장 큰 거로 나타났다. 1분기 매출 현황에서 자동차는 36을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무려 102포인트나 하락하며 관련 조사를 진행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화학(76)과 섬유·의류(57), 유통업(73)도 두 자릿수 이상 하락했다. 금속기계(122)를 제외한 업종이 모두 기준점인 100에 못 미쳤다.

한중관계 악화에 따른 중국진출 한국 기업의 체감 현황[자료 : 산업연구원]

한중관계 악화에 따른 중국진출 한국 기업의 체감 현황[자료 : 산업연구원]

중국 진출 업체가 현지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많이 꼽은 경영 애로사항은 경쟁 심화(19.9%)와 현지 수요 부진(18.5%)이었다. 하지만 현지 정부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기업이 15.6%로 전 분기(7.4%)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화학(29.0%)과 자동차(24.2%), 유통업(22.2%) 등이 현지정부 규제를 애로사항으로 많이 꼽았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산업통계분석본부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음을 기업들이 피부로 느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한중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영향을 체감한다고 답한 기업이 전체의 66%나 됐다. 유통업(87%)과 자동차(82%)에선 체감의 정도가 80% 이상이었다. 중국 정부의 규제 중에선 대다수 업종이 환경 및 안전 규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상대적으로 자동차 업종에선 행정 불투명(37.9%), 유통업에서는 무역규제(48.0%)를 더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2분기 BSI 전망[자료 : 산업연구원]

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2분기 BSI 전망[자료 : 산업연구원]

문제는 기업들의 2분기 전망 역시 좋지 않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2분기에도 중국의 제도정책 전망 BSI는 51로 큰 폭으로 상승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황(89) 역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매출(100)도 기준점에 머물러 전분기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현지판매 전망치(98)가 전분기에 이어 100을 여전히 밑돌고, 영업환경 전망(69)도 부정적이었다. 민성환 연구위원은 “중국 진출 기업 입장에선 악화된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도 중국 정부의 규제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주요 업종별 2분기 매출 BSI 전망[자료 : 산업연구원]

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주요 업종별 2분기 매출 BSI 전망[자료 : 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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