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만원 김일성 생일 투어 완판, 관광은 대북제재 안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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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12일 평양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북한 아이스하키팀 선수들과 포즈를 취한 루파인 여행사 가이드 제임스 피너티. [루파인 트래블 페이스북]

지난 12일 평양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북한 아이스하키팀 선수들과 포즈를 취한 루파인 여행사 가이드 제임스 피너티.[루파인 트래블 페이스북]

‘태양절’(김일성 생일, 4월 15일)을 앞둔 지난 13일, 한 단체 관광객이 북한에 입국했다. 영국의 여행사 ‘루파인 트래블’(Lupine Travel)이 기획한 ‘김일성 생일 투어’ 참가자들이다.

영국 여행사 ‘루파인’ 대표 해리스 #단둥서 기차로 입국 5박7일 일정 #평양·묘향산·개성·판문점 등 여행 #“북한 사람도 꿈 말하고 고민 나눠”

이들은 중국 단둥에서 기차로 입국해 5박7일 일정으로 평양, 묘향산, 개성과 판문점을 여행한다. 여행사 홈페이지엔 “15일엔 김일성 만경대 생가와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방문한다. 광장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여해 현지인과 대화하고 춤도 출 수 있다”고 소개돼 있다. 이 상품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딜런 해리스(사진 왼쪽).

딜런 해리스(사진 왼쪽).

‘루파인 트래블’의 딜런 해리스(38) 대표는 e메일을 통해 “김일성 생일 무렵은 북한 여행의 성수기”라고 말했다. 다음은 문답.

전 세계가 북한을 압박 중인데, 영향이 없나.
“관광에 대한 제재는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대북제재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고객은 매년 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그는 “3개월 동안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한반도 긴장 고조가 여행 취소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까지 예약을 받고 있다. 8월엔 ‘조국 해방 기념투어’, 9월엔 ‘북한 정권 수립 기념투어’, 10월엔 ‘노동당 창건 기념투어’가 마련돼 있다. 내년 2월엔 ‘김정일 생일 투어’가 있다. 2011년부터 외국인 참여 아마추어 골프대회 상품도 있다. ‘북한 아마추어 골프 오픈’이다.

지난해 10월 평양오픈투어가 열린 평양골프장에서 웨딩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 [루파인 트래블 페이스북]

지난해 10월 평양오픈투어가 열린평양골프장에서 웨딩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루파인 트래블 페이스북]

좋은 골프장이 많은데, 북한 골프투어 매력은 뭘까.
“평양골프장은 평양에서 27㎞ 떨어진 태성호(湖) 인근에 있다. 코스가 정말 아름다워 북한 커플에게 결혼사진 촬영지로 인기있을 정도다. 보통 남포에 사는 18~21세 여성들이 캐디를 하는데, 라운딩하는 3일 내내 함께 있기도 한다. 북한 사람의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다.”
북한을 여러 번 다녀왔을 텐데, 인상은.
“스무 번 넘게 다녀왔다. 방문할 때마다 강한 인상을 주는 건 역시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북한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치를 배제하면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다. 북한 사람들도 꿈과 희망을 말하고, 고민을 나눈다.”
북한 여행 준비가 복잡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
“비자 발급을 포함한 모든 준비는 우리가 해 준다. 경비도 비싸지 않다.”
2015년 9월 개성 청년공원에서 북한 어린이와 범퍼카를 타는 여행객. [루파인 트래블 페이스북]

2015년 9월 개성 청년공원에서 북한 어린이와 범퍼카를 타는 여행객.[루파인 트래블 페이스북]

업체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일성 생일 투어’의 경우 단둥~평양 왕복 기차요금, 북한 내 숙박·식사 등 각종 비용, 가이드 경비까지 749파운드(약 107만원)다. 일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북한 단체관광의 경우 600~700파운드대에서 가능하다.

고객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왜 이런 여행을 할까.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18세부터 87세까지 나이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호기심으로 여행하고,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도 있다. 사진 취미를 가진 고객들은 남다른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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