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내난동 사건, 피고인 '집행유예'

중앙일보

입력

“피고인 임모(35)에게 징역 1년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다. 다만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집행을 2년간 유예한다.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한다.”

法, "피해자 선처 탄원서 받아들여" #국민정서 외면한 솜방망이 선고 비판도

13일 오후 2시35분 인천지방법원 318호 법정. 지난해 12월 20일 베트남 하노이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KE480)의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에서 술에 취해 2시간가량 난동을 부린 혐의로 구속기소가 된 임모씨의 1심 선고가 이뤄졌다.

이날 13번째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은 임씨는 카키색 수의를 입은 채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인천지법 형사9단독 박재성 판사의 선고 이후에도 표정 변화가 없었다.

검찰이 임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항공기안전운항저해 폭행·업무방해·상해·재물손괴·폭행 등 5개다. 이에 대해 임씨와 변호인은 항공기안전운항저해 폭행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부인 중인 혐의의 적용 여부가 관건이었다.

재판부는 임씨 난동으로 해당 항공기가 비상착륙까지 고려한 점과 기장이 심리적 불안감을 스트레스를 느낀 점 등을 근거로 항공기안전운행저해 폭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임씨는 이날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박 판사는 양형 이유로 “피고인이 두 차례 기내에서 소란을 피운 행위는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해자들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고 합의했고, 피해자들도 선처를 원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임씨에 대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2년과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임씨의 기내난동은 미국의 팝스타 리처드 막스(54)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데다 임씨가 중소기업 대표 아들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일으켰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내 난동 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항공보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날 선고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불특정 다수 승객의 비행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재판부에서 단호하게 판결했어야 했다. 국민적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ektnd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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