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에도 담배냄새” 흡연·금연구역 경계는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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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역 정문 앞. 흡연부스 안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보다 바깥으로 나와 흡연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김우정 대구일보 기자

13일 오전 서울역 정문 앞. 흡연부스 안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보다 바깥으로 나와 흡연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김우정 대구일보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 근처를 걷던 대학생 이정연(21)씨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렸다. 큰 길 옆으로 난 골목길 쪽에서 나온 담배연기가 코를 찔러서다. 광화문광장은 지난 2011년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씨는 “광장과 연결된 작은 길에서는 늘 담배냄새가 난다.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의 경계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가 강남대로 금연구간을 기존 1.6㎞에서 5㎞로 확대하는 등 공공장소 금연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흡연구역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탓에 금연구역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경계부 흡연'이 만연하면서 일부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11일 광화문 광장에서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바로 옆 이면도로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는 흡연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금연거리인 대로변을 걷던 시민들이 담배 연기를 피해 걷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 명동 거리 옆 좁은 골목길에서 생긴 담배연기 역시 금연구역을 침범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담배연기가 금연구역을 침범하는 '경계부 흡연'에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흡연구역이 부족한 게 문제의 원인이라 지적했다. 회사원 김종인(33)씨는 “넓은 구역에 흡연부스 한 개가 전부인데 필 곳이 없으니 저렇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밀폐된 흡연공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설 부족에 더해 이미 있는 흡연시설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흡연자들은 흡연부스의 효용성이 의심되기 때문에 거리 흡연이 더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한다. 11일 서울역 앞 흡연부스 바깥에서 담배를 피던 회사원 이종철(36)씨는 “흡연부스가 외부와 차단된 게 아니라 연기가 밖으로 다 나가는데 밖에서 흡연한다고 해서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 부처는 경계부 흡연 해결을 위한 뚜렷한 청사진이 없는 상태다. 현재로선 단속을 강화할 계획도 없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금연구역 확대 및 단속은 흡연자의 권리를 제한하려는게 목적이 아니다. 금연 예절 등을 마련하고자 하는 일인만큼 시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정 대구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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