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중앙을 둘러싼 '수담(手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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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4강전 1국> ●커   제 9단 ○이세돌 9단

10보(102~119)=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신기해 하는 것 중 하나가 '복기(復棋)'다. 복기는 바둑이 끝난 뒤, 처음으로 돌아가 패착을 검토하고 의문점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바둑 한 판이 보통 250여 수인데, 바둑 문외한에겐 이 많은 수순을 모조리 외워 되풀이하는 게 신기할 법도 하다. 그런데 복기가 가능한 건 바둑에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대국자가 수를 주고받는 과정은 말로 대화를 나누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둑의 별칭이 '수담(手談)'인 이유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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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으로 돌아와, 두 대국자는 중앙 흑마를 놓고 설전 중이다. 이세돌 9단은 '내가 잡을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라고 말하고, 커제 9단은 '그럴 리가, 충분히 살 수 있는 돌이거든'이라고 이야기한다. 104부터 115까지, 백은 포위망을 좁히고, 흑은 안형을 갖춘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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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마 사냥을 하던 이세돌 9단이 백116으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커제 9단의 뜻대로 되는 걸까. 박영훈 9단은 "이세돌 9단이 당장은 좌변 백 맛이 나빠 중앙 흑을 잡으러 가기 어렵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한다. 몰이사냥에서 풀려난 흑은 119로 빗장까지 걸어 잠근다. 집 승부라면 자신 있다는 이야기. 이제 백의 최선은 '참고도'처럼 좌상귀를 불리는 정도다. 하지만 이 정도로 과연 백에 승산이 있을까.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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