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유치원 공약'에 학부모들이 민감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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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추첨을 위해 기다리는 학부모와 아이들 [사진 중앙포토]

유치원 추첨을 위해 기다리는 학부모와 아이들 [사진 중앙포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유치원 공약 보도에 학부모들이 예민한 이유가 있다. 바로 아이들을 맡길 유치원에 당첨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가 벌집을 쑤셨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아를 둔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추첨'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자녀를 2017학년도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자녀 1인당 평균 3.2개의 유치원에 원서를 냈으며 학부모의 69.8%는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답했다. 힘든 이유 1위로는 유치원 추첨일이 중복돼 가족과 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꼽혔다.

추첨 방식의 진화도 유치원 입학의 치열한 경쟁률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특히 '바늘구멍이었다'는 2017년도 추첨 방식은 '공 추첨 → 비닐장갑 착용 → 릴레이·필름통 추첨'으로 진화했다. 원하는 유치원 추첨에 합격한 엄마가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광경도 흔히 포착됐다.

유치원 추첨을 위해 기다리는 학부모와 아이들 [사진 중앙포토]

유치원 추첨을 위해 기다리는 학부모와 아이들 [사진 중앙포토]

게다가 사립유치원은 너무 비싸 공립유치원의 경쟁률은 더 세다. 2017학년도 경기 성남의 한 공립 유치원 4세반은 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학부모들이 '국공립 유치원 수를 늘려달라' 요구해온 것은 매년 되풀이되는 해묵은 요구였다.  

한편 안철수 후보는 11일 참석한 한 행사에서 유치원 관련 대선 공약을 발표, 학부모의 논란이 일어나자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을 자제한다고 발언했는데 병설유치원으로 오보가 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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