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부추기는 빈부격차 확대...2003년이후 실질구매력 격차 10%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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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상위 소득 계층과 최하위 계층 간에 구매력 격차가 10% 이상 확대됐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내놓은 ‘소득분위별 실질구매력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최상위 계층인 5분위(상위 20%)의 실질소득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9% 늘었다. 반면 소득이 가장 적은 1분위(하위 20%)의 실질소득은 같은 기간 연평균 1.2% 증가했다. KDI는 “지난 13년간 1분위와 5분위 간의 실질구매력 격차는 10% 이상 확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1분위의 월평균 실질소득이 2003년 123만원에서 지난해 143만원으로 20만원이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5분위는 같은 기간 646만원에서 825만원으로 179만원이 늘었다.

소득분위별 연간 물가상승률[자료 KDI]

소득분위별 연간 물가상승률[자료 KDI]

실질소득은 명목 소득에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수치로 가계의 실제 구매력을 보여주는 수치다. 즉 실질소득을 좌우하는 두 변수는 명목 소득과 물가인데 KDI는 계층 간 소득 차 확대의 원인으로 명목 소득 증가율의 차이를 꼽았다. KDI에 따르면 2003~2016년 1분위의 체감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2.26%, 5분위는 2.22%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KDI가 소득분위별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한 결과다. 반면 명목 소득의 경우 5분위는 2003~2016년에 연평균 4.2% 늘어난 반면 1분위는 3.5% 증가했다.

KDI 보고서, "명목소득 차이로 실질구매력 격차 발생" #고령층 은퇴가구 증가로 빈곤층 소득 정체 #저소득충 중심 소득확대 정책 필요

명목 총소득 상승률 [자료 KDI]

명목 총소득 상승률 [자료 KDI]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나눠보면 금융위기 이전(2003~2008년) 기간 중 1분위의 연평균 명목소득 증가율(3.1%)은 5분위(6.2%)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으나, 금융위기 이후(2010~16년)에는 1분위(3.3%)와 5분위(3.2%) 간의 차이가 거의 없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1분위의 소득이 5.6% 급감하며 이 차이가 벌어졌다. 천소라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2010년 이후 1분위와 5분위의 소득 증가율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절대량으로 보면 소득 차는 벌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1분위 소득의 급감이 추세적으로 이어질지 일시적인 현상일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KDI는 고령화가 소득 격차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고령층 은퇴가구의 증가로 1분위 소득이 정체되고 있다“며 “근로빈곤층의 소득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근로장려금(EITC) 제도를 보완과 함꼐 고령층을 포함한 근로능력자에 대한 직업 알선 및 훈련 보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KDI는 또 “중장기적으로 경제 전체의 소득재분배 정책을 강화해 소득불균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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