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 떨어 뜨렸던 김원홍 11일 복귀할까…북한 최고인민회의 3대 관전 포인트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11일 한국의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를 연다. 

11일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노동당 제1비서(현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되면서 권력을 승계한 지 꼭 5년이 되는 날이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2011년 12월)한 뒤 이듬해인 4월 11일 제4차 대표자회를 열어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그리고 김정은을 '제1비서'로 추대했다. 당시 당의 최고 지위였던 총비서 직책을 제1비서로 명칭을 바꾸고, 지난해 5월 7차 당대회에서 다시 '노동당 위원장' 직을 신설했다.   

북 11일 최고인민회의 개최 #1월 해임된 김원홍 국가보위상 등장 주목 #미중 정상회담 이후 첫 공식 행사서 핵문제는? #조직 개편 여부는 김정은 체제 안정화 평가 잣대

따라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선 조직(인사) 문제와 법률 개정, 예산안 심의 등 기존에 다뤄왔던 내용외에 김정은의 업적 찬양이 주요 이슈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이 등장 할 지다. 김원홍은 지난해말 조직지도부 과장의 비위 혐의를 조사하던 중 피조사자가 사망한 게 문제가 돼 혁명화(재교육기관이나 노동 현장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재기를 준비하는 징계) 과정에 보내졌다.

나는 새도 떨어 뜨렸던 김원홍 11일 복귀할까.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한국의 국정원장)이 김정은(왼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주관한 행사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중앙포토]

나는 새도 떨어 뜨렸던 김원홍 11일 복귀할까.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한국의 국정원장)이 김정은(왼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주관한 행사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 당국자는 "혁명화 과정은 3개월, 6개월, 1년 등의 기간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라며 "김원홍이 1월부터 혁명화 과정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으니 3개월 과정이라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나올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큼 위중한 죄질로 여겨져 복귀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김원홍의 복권이 이뤄져도 건강상태에 따라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그의 회의장 참석 여부로만 그의 복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 주요직책에 대한 인선 작업이 이뤄져 왔다는 점을 고려할때 만약 그의 후임에 다른 누군가가 내정된다면 김원홍의 복귀는 한동안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결국 회의장에 김원홍이 등장하는 지, 또 후임인선이 이뤄지는 지가 이번 회의의 초점이 되는 셈이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김원홍이 이끌었던 국가보안성이 당의 핵심 권력부서인 조직지도부 과장을 조사하는데는 김정은의 재가가 없이는 불가능 하다”며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조사를 한 김원홍이 처벌을 받은 건 김정은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최고 권력기관 간에 견제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치술”이라고 말했다. 보위성과 조직지도부간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충성을 유도하려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김원홍이 복귀할 경우 머지 않은 시간에 조직지도부에 대한 보위성의 보복의 움직임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독대하는 자리에서 상대의 비위를 고발해 정적을 제거하는 권력기관간 암투가 심하게 벌어지는 사회”라며 “1990년대 후반 심화조 사건 처럼 김원홍이 재기의 칼날을 갈며 복귀후 조직지도부를 혼내줄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화조 사건은 수 십만 명의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 주민들과 간부들 사이에 체제에 대한 불만이 싹트자 비밀 경찰 조직(심화조)이 조사를 통해 2만 5000여 명을 숙청하거나 처형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채문덕 사회안전성 정치국장이 문성술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고문해 사망케 하는 등 두 권력기관간의 권력투쟁이 숨겨져있다. 채문덕은 조직지도부의 반격으로 2000년 처형됐다. 김원홍 역시 '충성'을 명분으로 조직지도부에 칼날을 겨눌 가능성이 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또다른 관심은 핵과 관련한 언급이나 조치가 있을지 여부다. 북한은 2012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핵보유국”으로 명기했다. 또 지난해엔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거나, “다종화ㆍ규격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6차 핵실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핵과 관련한 언급이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11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는 6~7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 이후 첫 공식 행사다. 김정은의 참석 가능성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미국과 있었던 정상회담 결과를 북한에 디브리핑(회담후 설명) 해 줄 것”이라며 “회담 결과를 상세히 설명받은 북한이 향후 어떤 입장을 취할 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상회담 직전 (도널드)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겠다’거나 ‘북한 문제는 내 문제’라고 언급하는 등 상당히 강경한 톤으로 언급했는데 회담 뒤 미국은 일단 평화적 해결과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며 “이는 시진핑 주석이 선방을 한 것이고, 김정은이 이 정도면 (도발을)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판단을 한다면 당분간 관망하는 자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에 불만이 있거나 자신들의 갈 길을 가겠다고 판단한다면 뭔가 ‘조치’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김정은의 판단이 녹아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11일 회의에서 국가 조직의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김정은은 집권후 자신의 직책(당 제1비서→당 위원장, 국방위 제1위원장→국무위원장) 은 물로 당과 국가행정 조직도 자주 바꿔왔다. 권력기반이나 국가통치 기구가 안정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국가 행정기구 조직 개편 권한이 있는 최고인민회의에서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집권 5년을 맞아 김정은 시대가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 들었다는 방증도 될 수 있다.
정용수ㆍ김록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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