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군사행동 명령한 트럼프 "아사드는 독재자, 문명국들 동참해야" - 부검 결과 사린 가스로 판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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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응징으로 6일 밤(현지시간) 시리아 공군기지에 크루즈 미사일 59발을 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내린 군사행동 명령에 따른 조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번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찬을 끝낸 지 1시간 만에 이뤄졌다.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등 잠재적 적국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보여주며 중국에 메시지를 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지중해 동부 해상에 있는 미 해군 구축함 포터함과 로스함에서 시리아 중부 홈스 인근의 알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을 향해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59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간으로 6일 오후 8시 45분이었고, 시리아 시간으로는 7일 새벽이었다.

시진핑과 정상회담 만찬 직후 폭격 "북한 문제 관련 중국에도 보내는 메시지" 해석

트럼프 대통령은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표적이 된 알샤이라트 비행장이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시리아 전투기들이 이륙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무고한 시민들에게 끔찍한 화학무기 공격을 가한 독재자"로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폭격이 “미국의 필수 안보 이익을 위한 조치였다"며 “다른 문명국들도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유혈 학살과 모든 종류의 테러리즘을 끝내는 일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폭격은 비행장의 전투기와 격납고, 활주로, 탄약 저장고, 공중 방어시스템과 레이더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해당 비행장은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가 시리아 내에서 흐메이밈 공군기지에 이어 제2의 주둔지로 삼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국방부는 이번 폭격에 앞서 현지 러시아군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폭격으로 인한 파해나 사상자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비행장이 불길에 휩싸이고 사망자가 나왔다고 BBC가 보도했다.

지난 4일 시리아 정부군의 이들리브 지역에 대한 공습으로 숨진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린가스가 사용된 정황이 발견됐다.

터키 보건부는 피해자들의 시신을 부검한 초기 분석 결과 신경 화학물질인 사린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폐부종, 폐 내 혈액 등의 증세가 증거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1938년 독일에서 개발된 인공적 독극물인 사린은 나치 정권도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은 2013년 자국 국민들을 사린가스로 공격했다. 당시 어린이 426명을 포함해 1429명이 죽었다고 미국 정부가 밝혔다.

이번 이들리브 공격에서도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최소 72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트럼프 정부가 아사드 대통령의 축출에 우선 순위를 두지 않겠다던 방침에서 선호했음을 보여준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아사드가 한 행동들을 볼 때 그가 더는 시리아 국민을 다스릴 역할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사드 정권의 악랄한 행동이 선을 넘었다“고 경고한 지 하루 만에 전격 실시됐다.
미군 통수권자의 언급이 경고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트럼프 정부는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등에 대해 “더 이상 말을 할 필요가 없다"며 인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AP통신은 “미국의 안보 딜레마인 북핵 문제가 논의되는 미ㆍ중 정상회담 중에 마사일 공격이 실시됐다. 이번 공격은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영국과 이스라엘 등 서방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폭격을 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통화에서 “(서방의)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와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사르폰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미국의 폭격이 발표되기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비공개회의에서 “군사 행동이 발생한다면 모든 책임을 그처럼 불확실하고 비극적인 일을 시작한 이가 져야 한다”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서울=이경희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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