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미지의 영토 '중앙'을 향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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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4강전 1국> ●커   제 9단 ○이세돌 9단

8보(83~96)=중앙은 '사람'의 바둑에서 미지의 영토로 남아 있다. '사람'이라는 전제를 붙인 건,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중앙도 계산할 수 있다는 게 어느 정도 확인됐기 때문. 하지만 아직 사람에게 중앙은, 감각과 직관에 의지해 타개할 수밖에 없는 난제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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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세돌 9단에게 중앙은 유일한 가능성이다. 어느 정도 집의 윤곽이 잡혀가는 상황에서 형세를 반전할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중앙 싸움에서 승기를 잡아야만 좌변 영토의 확장을 꿈꿀 수 있다.

흑83으로 끊자 백은 아랑곳 하지 않고 84로 중앙에 머리를 내민다. 흑85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아도 백86, 88로 우직하게 나아갈 뿐이다. 다소 무리인 듯해 보여도 중앙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몸부림. 두려움에 '참고도'처럼 몸을 웅크렸다가는 흑4, 6으로 중앙에 흑 머리가 나오게 된다. 덩달아 좌변의 백 집도 옅어질 가능성이 크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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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던 걸까. 커제 9단이 흑89로 백마의 허점을 푹 찌른다. 이 9단은 백90으로 안전장치를 하고 백92로 중앙을 향한다. 흑93으로 받아주자 백94로 살길을 확보하고, 또 다시 중앙으로 손을 돌린다. 불완전한 돌들을 챙기며 중앙도 살피려니 정신이 없다. 그래도 유일한 희망의 빛줄기를 찾아, 백96으로 한 걸음 더 중앙으로 나아간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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