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1100만대 시대' 서울모터쇼에 선 전기자전거..자출족ㆍ벚꽃라이딩족 눈길 사로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4일 오후 ‘2017 서울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번쩍거리는 금속 휠을 자랑하는 자동차들이 전시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곳에 이질적인 존재가 섞여 있다. 전기모터의 힘으로 달리는 전기자전거다. 저마다 근육질의 차체와 매끈한 곡선미를 뽐내는 자동차들 사이에 섞인 탓에 왜소하고 앙상한 ‘왕따’처럼 보이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존재감이 도드라졌다. 디자인 혁신이 많이 이뤄진 까닭이다.

삼천리 팬텀, 만도 풋루스 등 총 26대 전시ㆍ시승 #출근길엔 땀 안나는 모터, 밤엔 페달 돌려 운동 #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자전거도로 이용..수요 커질 듯

'네 바퀴' 모터쇼에 '두 바퀴' 전기자전거가 갈수록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자전거 보유 대수는 전년보다 104만 대가량 증가한 1126만여 대에 달한다. 자전거를 보유한 가구 비율은 36.3%로, 세 가구당 한 집이 자전거를 갖고 있다. 이런 관심을 바탕으로 자전거는 2011년부터 서울모터쇼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고, 참가 업체 수와 전시 제품 수도 늘고 있다. 올해는 전기자전거만 26대가 출품됐다. 


특히 전기자전거는 모터쇼 공간만 빌린 게 아니라 자동차에 ‘꿀리지 않는’ 기술력도 함께 뽐내고 있다. 삼천리자전거의 팬텀 시리즈는 페달을 발로 돌리며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아 주행하는 ‘페달 보조 방식’(PASㆍPedal Assist System)과 오토바이처럼 손잡이를 돌리거나 단추를 눌러 모터를 구동하는 ‘스로틀’(throttle) 방식을 사용자가 편의에 따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기존에 출시된 대부분의 전기자전거는 둘 중 한 가지 방식만 채택했다. 한 번 충전하면 최대 100km 거리를 달릴 수 있다. 팬텀 시리즈 가격대는 98만원~230만원이다.

 만도 풋루스는 자동차 수준의 전자제어장치와 사물인터넷 기술, 스마트폰 앱 연동 시스템 등을 접목한 전기자전거다. 가격은 280만원대며, 전용 충전기로 배터리를 완충하면 100km 이상 달릴 수 있다.

전기자전거의 장점은 운동효과와 편리함을 같이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스로틀 방식의 경우 페달을 움직이지 않아도 움직일 수 있어 사실상 운동효과가 거의 없지만, 페달 보조 방식은 상황에 따라 일반 자전거처럼 페달을 돌리는 것만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자출족(자전거 출퇴근족)’들이 전기자전거에 주목하는 이유다. 아침 출근길에는 땀을 흘리지 않기 위해 전기모터를 적극 활용하고, 퇴근길엔 전기모터의 도움을 줄여 운동효과를 최대화하는 것이다. 

직장인 김영훈(31)씨는 “예전에 자전거 출퇴근에 도전했을 때는 사무실에 도착하면 옷이 땀에 젖어 하루 종일 찝찝해서 하루 만에 포기했었다. 하지만 전기자전거는 시도해 볼만 할 것 같아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자전거는 최근 규제 족쇄 하나를 벗어던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간 전기자전거는 이름만 자전거일 뿐 소형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자전거 도로를 전혀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자전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내년 3월부터는 전기자전거도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단 페달 보조 방식 전기자전거여야 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25㎞ 미만, 차체 중량은 30㎏ 미만이어야 한다.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면 전기자전거 사용자들은 훨씬 빠르고 편하게 도심을 달릴 수 있다. 업계에선 스로틀 방식 전기자전거가 포함되지 않아 아쉽지만, 그래도 법이 시행되면 전기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신희철 센터장은 “이미 유럽과 일본 등 해외에선 일반자전거에 대한 수요는 줄고 있지만 전기자전거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게 늘고 있다. 자전거 이용자 입장에선 편한 자전거가 있다면 당연히 갖고 싶을 수밖에 없다. 가격이나 정책적인 부분만 개선되면 한국에서도 크게 각광 받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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