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외교위, 대북 제재안 3개 한꺼번에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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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한을 더욱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어서 관련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대북제재를 확대하는 일련의 초당적 법안과 결의안 등 3개를 한꺼번에 통과시켰다.

원유 봉쇄, 테러국 재지정 법안 등 #초당적 처리 ? 임박한 핵실험 경고

우선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이 직접 발의한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이다. 북한에 대한 원유·석유 제품의 판매 및 이전 금지, 북한 해외노동자를 고용하는 외국기업에 대한 직접 제재, 외국은행의 북한 금융기관 대리계좌 보유 금지 등이 골자다. 기존 대북제재법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에 담기지 않았던 새로운 제재를 통해 틈새를 메우겠다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지난 21일 발의 이후 불과 8일 만에 속전속결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지난해 2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 ‘2016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의 내용을 보강한 것이다.

테드 포(공화) 의원이 주도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도 이날 통과됐다. 북한은 1987년 11월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으로 이듬해 1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핵 검증에 합의함으로써 2008년 11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졌다. 이를 9년 만에 부활시키겠다는 이 법안은 지난 1월 12일 발의됐다. 이번 안에는 예전에 없던 ‘김정남 VX가스 암살사건’이 테러지원국 재지정 사유로 추가됐다.

마지막으로 지난달 7일 발의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규탄결의안’에는 북한의 ICBM 개발을 비난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조속한 한반도 배치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화·민주 소속 의원 116명이 서명했다. 이와 관련, 테드 요호 외교위 아태 소위원장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의 엉뚱한 나라를 제재하기보다 북한의 불법 무기를 단속하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내용도 미사일 결의안에 포함됐다.

외교 소식통은 “이처럼 미 의회가 속전속결로 북한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그만큼 임박한 위협이라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며 “미 의회 차원에서 추가 도발 시 확실한 대가가 뒤따를 것이라는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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