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안정회복이 급선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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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방 3m 남짓의 참문없는 골방에서 2년 가까이 감금당했던 도재승서기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신적 안정회복과 조심스럽고 장기적인 치료로 지적되고 있다.
납치와 고문으로 인한 피해 및 치료를 전공한 한양대의대 김영교수(신경정신과)는 『장기간의 격리가 고문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고문이기 때문에 이의 치료는 그만큼 어렵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납치로 인한 격리나 고문을 받을 경우 그 악몽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문득문득 되살아나 풀려난 상태에서도 자극장애로 몸서리쳐지거나 의외의 피해망상적 증세를 보일 수가 있다 (도서기관은 제네바공항에서 승용차의 감금장치를 본능적으로 잠갔다). 여기에다 악몽의 순간을 인위적으로 자꾸 반추시키면 정신상태가 극도로 나빠질 뿐아니라 심장·소화기등의 신체기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기자회견·강연회 등 공식석상에서 납치기간중의 일들을 반복해서 말하도록 하는 행위등은 금해야한다고 김교수는 강조했다.
한편 장기간 납치 후 풀려난 사람에게 자극장애로 인한 악몽이 거의 일생동안 따라다니는 것도 큰 문제가 된다.
예컨대 5∼6세때 나치의 「멩겔레」대위가 관장하던 수용소에 수용돼있던 한 유대인은 60세가 다된 지금도 치과에만 가면 발작증세를 보이는데, 이것은 당시 「멩겔레」대위가 펜치를 들고 다니면서 『말 잘 안들으면 이빨을 뽑아버리겠다』고 위협한 것이 기억속에 계속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교수는 도서기관에게 있어 현재 가장 중요한것은 정신적 안정이고 이와 함께 출근·엄무등의 일상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이는 자극장애에서 오는 귀속감 상실과 인격의 혼란으로 인해 스스로 혼자만 있고 싶어하는 격리성향을 빨리 제거해야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악몽에 대한 점진적 해소라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당장은 위험하기 때문에 어렵지만 악몽의 기억을 덮어둘 경우 나치수용소수용자처럼 일생동안 악몽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도 있다.
따라서 기간을 두고 가족이나 직장동료 또는 전문가와의 대화등을 통해 악몽의 기억을 서서히 발산, 희석시켜줌으로써 완전한 사회인으로의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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