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공정위에 이겼다…대법 "자발적 판촉행사 비용은 납품행사 부담이 적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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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식행사 비용을 납품업체에 부과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3억원대 과징금을 부과 받은 롯데쇼핑이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롯데쇼핑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납품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사 직원 파견을 요청한 경우”라며 “종업원 파견에 관해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들 사이에 사전 서면약정이 체결됐고 그 약정에 따라 납품업자들이 행사 관련 여러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것 자체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롯데쇼핑이 파견 받은 종업원을 상품의 판매촉진행사 업무에 종사하도록 하면서 이들 종업원의 인건비 전부를 납품업자가 부담하도록 한 것도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2013년 2월말부터 이듬해 4월초까지 빅마켓의 4개 점포에서 식ㆍ음료제품 판매촉진을 위한 시식행사를 1456회 하면서 행사 비용 16억 530만원을 납품업체 149개사에 부담시켰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13억9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납품업자들의 판촉비용 분담비율이 50%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같은 법 제12조를 근거로 맞섰다. ‘납품업자가 자발적으로 자사 종업원을 파견할 것을 요청해 해당 시식행사가 치러졌고 시식행사에서 납품업체 직원이 파견돼 근무한 것은 적법하다’는 취지였다. 또 이 조항에는 납품업자의 자발적 종업원 파견에 대한 비용 분담이 규정돼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1, 2심 재판부는 이 사안이 대규모유통업법 제12조 요건에 부합하는지와 무관하게 인건비 등 비용 분담과 관련한 제11조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며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자발적인 직원 파견의 경우에도 유통업자에게 일정 비율의 인건비를 부담시키려 했다면 대규모유통법 12조에 그같은 내용이 명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현행 법은 그러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납품업자가 종업원을 파견할 때도 제11조가 제12조에 중복적용된다고 해석 한다면 보통의 당사자가 통상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며 “법 규정의 미비나 모호함으로 인한 불이익을 행정처분 대상자에게 부담지울 순 없다”고 설명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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