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대왕 북한, 트럼프 대통령은 뭐라고 부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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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올림픽’이 있다면 북한은 금메달 감이다. 동원하는 표현의 창발성이나, 그 담대함을 놓고 보면 그렇다. 북한은 27일에도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자신들의 카운터파트 격인 통일부를 막말 비난했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통일부가 대북 제재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통일부를 ‘반(反)통일부’라고 칭하기도 하고, ‘밥통부’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김정은 조선중앙 tv

김정은 조선중앙 tv

그러나 정작 통일부는 차분한 분위기다. 북한의 막말 비난은 새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조평통의 주장에 대해 “북한은 여러 계기에 우리 정부를 비난해왔다”며 “남북관계가 이렇게 된 것은 북한의 핵 개발과 계속된 도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북한이 진정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왜곡된 주장과 터무니없는 비난을 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러나 북한이 이런 “터무니없는 비난”을 그만둘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오히려 앞으로 보다 창의적인 표현을 동원해 남측과 미국 등을 비난할 공산이 크다. 북한은 특히 남측의 외교안보 당국자들이나 기자들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동물에 비유하는 것을 즐겨해왔다. 미국을 두고 북한이 즐겨쓰는 표현은 “승냥이”다. 북한이 발간한 조선말사전엔 승냥이가 ‘개과에 속하는 사나운 짐승의 한 가지’라는 뜻과 함께 ‘포악하고 교활한 제국주의 침략자나 흉악하고 악독한 자를 비겨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북한은 미국의 외교안보 당국자들에게도 ’승냥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국무장관이었던 존 케리에게도 ’승냥이‘라는 표현을 했다. 케리 장관이 지난해 광복절을 맞아 한국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는 소식을 보도하면서 북한은 ”8ㆍ15가 민족 분열의 수치가 시작된 날인데도 축하한다니 우롱이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케리 전 장관의 외모를 속속들이 묘사해가면서 비난을 이어갔다.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명의로 나온 성명은 “케리의 외형을 보면 흉물스러운 주걱턱과 움푹 꺼진 눈확(눈구멍), 푸시시한 잿빛머리털에 이르기까지 그 생김새가 신통히도 승냥이 상통(얼굴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데다 하는 짓거리도 전부 남을 물어뜯고 해치는 것뿐”이라고 원색적인 표현을 하면서 “케리는 올데갈데없는 미국산 승냥이로 낙인찍혔다”고 주장했다.
한국이라고 자유롭지 않다. 북한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악녀‘ ’암독사‘ 등의 표독스러운 표현을 동원해왔다. 활자로는 옮기기 어려운 낯뜨거운 표현도 동원했다. 북한이 다만 아직 이런 막말 비난을 삼가고 있는 인물이 한 명 있으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6시55분 청사를 떠나고 있다. 전날 오전 9시 24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지 21시간 20여분 만이다. 14시간의 검찰 조사와 7시간20여분의 조서 열람을 마치고 다음날 오전에 귀가했다.박 전 대통령이 청사 출입문을 나와 차로 향하고 있다.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늦어진 것에 대해 “조서 내용이 많아서 검토할 내용이 많았다”면서 “조서를 꼼꼼하게 검토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라고 답했다.20170322.조문규 기자

피의자 신분으로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6시55분 청사를 떠나고 있다. 전날 오전 9시 24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지 21시간 20여분 만이다. 14시간의 검찰 조사와 7시간20여분의 조서 열람을 마치고 다음날 오전에 귀가했다.박 전 대통령이 청사 출입문을 나와 차로 향하고 있다.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늦어진 것에 대해 “조서 내용이 많아서 검토할 내용이 많았다”면서 “조서를 꼼꼼하게 검토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라고 답했다.20170322.조문규 기자

자서전을 집필 중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자서전을 집필 중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북한은 지난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막말을 해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민을 굶기고 외로운 길을 가는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비아냥거리면서 ”아프리카 원시림 속의 잰내비(원숭이)“라는 원색적 표현을 동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익명을 요청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아직까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확정되기까지 기다리는 것 같다“며 ”그러나 자기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외모 등을 비하하는 표현을 무엇을 쓸지 벌써부터 궁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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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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