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세돌의 ‘천적’ 커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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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4강전 1국> ●커   제 9단 ○이세돌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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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17~27)= 살다 보면 유독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의기소침 해지고 제 역량을 펼치지 못한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천적' 관계가 분명 존재한다.

바둑에선 이세돌 9단과 커제 9단의 관계가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 9단은 커제 9단을 만나면 유난히 맥을 못 춘다. 상대를 거침없이 흔드는 특유의 ‘이세돌 바둑’도 커제 앞에선 잘 나오지 않는다. 상대 전적도 둘의 관계를 잘 말해준다. 대국 당시 기준으로 이 9단이 2승 8패. 최고수들간 전적으로는 보기 드문 스코어다. 이러니 이세돌의 천적이 커제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실전에서 흑이 17로 두 칸 벌리자 백이 가만히 18로 좌하귀를 지킨다. 커제는 좌하귀를 힐끔 쳐다보더니 손을 돌려 19로 성큼 세 칸을 벌린다. 정석으로 일단락한 우하귀 백돌의 빈틈을 얄밉게 꼬집는 수다. 안형을 습격받은 백마는 활로를 찾아야 한다. 날일자로 가뿐히 날아오른다. 커제는 21로 들여다보고, 23으로 단단하게 밀어둔다. 덕분에 우하귀 흑돌 전체에 힘을 실리고 우변의 가능성도 활짝 열렸다.

참고도

참고도

‘참고도’처럼 백1로 찢고 들어온다 해도 흑2로 위에 붙인 다음 4로 유유히 넘어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23을 당한 백은 아무래도 순순히 넘어갈 수 없나 보다. 24로 한 번 찔러본다. 흑도 25, 27로 바삐 모양을 수습한다.

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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