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집회에서 소매치기범 잡은 40대 남성, 경찰로부터 감사장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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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반대 집회에서 소매치기를 하던 60대 남성이 집회 참석자에게 붙잡혔다.

사건이 일어난 건 탄핵반대 집회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1일 오후 2시40분쯤이다. 절도 전과 4범인 유모(62)씨는 집회 참가자 A(68·여)씨를 지하철역 출구에서부터 따라갔다.

유씨는 서울광장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손에 들고 있던 태극기와 신문으로 주위 시선을 가린 뒤 A씨 가방의 지퍼를 내렸다. 가방에는 현금 120만원이 들어있었다.

집회 참석차 서울 광장에 가있던 이국진(44)씨는 이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했다. 곧바로 유씨의 손목을 낚아채고 소리를 질렀다.

“도둑이다. 도둑놈 잡았다.”

목소리를 듣고 이씨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꼼짝 없이 포위된 절도범은 집회 현장에 배치된 경찰에 검거됐다. 형사소송법상 현행범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해 경찰에 인계할 수 있다.

유씨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호기심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유씨가 처음부터 범행을 위해 현장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절도범을 현장에서 잡은 이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고 신고보상금 50만원을 지급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씨는 “시민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상까지 받게 됐다.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모른 척 하지 않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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