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을 죽이지 않고 치킨 먹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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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3대 신이 있다. ‘유느님, 연느님, 그리고 치느님’ 그만큼 치킨요리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닭이 사육되는 영상을 봤다면 치킨을 마냥 즐겁게 먹기는 힘들 것이다. 평생을 좁은 양계에 갇혀 옴싹달싹 못한 채 지낼뿐더러, 혹시 고기에 상처라도 날까 부리도 절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뉴욕타임즈(NYT)가 죄책감 없이 치킨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자가번식 세포로 치킨조각을 만드는 법이 개발된 것이다.

닭의 자가번식 세포로 치킨 조각을 만드는 법이 개발됐다. [사진 멤피스 미트]

닭의 자가번식 세포로 치킨 조각을 만드는 법이 개발됐다.[사진 멤피스 미트]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회사 멤피스 미트는 지난 14일 사람들을 초청해 연구소에서 만든 치킨 샘플을 선보였다. 단순히 실험용 패트리 접시에 단백질 조각을 놓은 것이 아니었다. 치킨 조각에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겨낸 후 오렌지 소스에 저민 오리와 함께 근사한 한끼를 제공했다. 맛을 본 사람들은 “진짜 치킨 같다”며 기회가 되면 “또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멤피스 미트는 이 음식을 ‘클린 미트’라고 부른다. ‘클린 에너지’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세포를 단백질로 만드는 기술을 이용해 가축사육에 필요한 사료, 물, 폐기물 처리 등 다양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사육동물의 열악한 환경 역시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만 연간 약 226조 2200억 원($200억)의 고기가 소비된다. 세포로 만든 단백질이 대중화될 경우 지금처럼 비좁은 공간에서 동물을 대량 사육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멤피스 미트는 이미 소의 세포로 쇠고기 조각을 성공시켜 버거 패티와 미트볼로 선보인 적이 있다. 이번 치킨 조각까지 성공하면서 멤피스 미트는 ‘세포로 만든 단백질 제품을 사용화한다’는 꿈에 한층 가까워진다. 실제로 이번에 454g(1파운드)의 치킨 조각을 만드는데 든 비용은 약 1018만원($9000)으로 1년 전 미트볼을 만들었을 때 발생한 비용의 절반이다. 멤피스 미트는 세포로 만든 고기를 2021년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이자은 인턴기자 lee.jae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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