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부부 사이에도 ‘터울’이 있을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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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부부의 나이 차이는 몇 살일까?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선 “세 살 내지 네 살 터울이 좋다”는 답변이 많이 나온다. 미국 대학의 한 조사에선 한 살 차이의 이혼율이 가장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부부의 나이 차이를 ‘터울’로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내와 남편의 연령 차이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면 “세 살 내지 네 살 차이가 좋다”고 해야 된다. ‘터울’을 단순히 나이 차이라는 의미로 사용해선 안 된다. 학교나 직장 선후배 간에도 쓸 수 없다. ‘터울’은 한 어머니의 먼저 낳은 아이와 다음에 낳은 아이와의 나이 차이를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박세리와 박인비는 9년의 터울을 두고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열 살 터울의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조성진이 나란히 쇼팽 피아노 연주 앨범을 냈다”와 같이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형제자매의 나이 차이를 뜻하는 게 아니므로 ‘9년의 터울을 두고’는 ‘9년의 간격을 두고’로, ‘열 살 터울의 피아니스트’는 ‘열 살 차이가 나는 피아니스트’로 각각 바루어야 한다.

“6남매 가운데 첫째와 둘째 딸만 연년생이고 모두 두 살 터울이다” “둘째를 계획하고 있는데 첫째 아이와의 터울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요?”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이 하나 있어요”와 같이 표현하는 게 자연스럽다. ‘터울’은 자식 간 위아래 나이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형제·자매·남매간 나이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얘기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단어다. ‘터울이 있다’ ‘터울이 지다’ ‘터울이 뜨다’ 등의 표현도 많이 쓰인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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