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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중앙일보

입력

'술 빚은 보통 가는 곳마다 있으니 결국 인생은 기껏 살아 본들 70세는 옛날로부터 드물다.(酒債尋常行處有하니 人生七十古來稀라) -두보의 곡강(曲江) 중에서. 뜻대로 행하여도 도(道)에 어긋나지 않은 나이라 '종심'이라고도 불리는 70세는 그래서 더욱 공경스럽고 특별하다.

칠순을 앞둔 부모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특별한 날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고민하기마련이다. 예전의 칠순잔치가 온 동네 사람들 불러다 놓고 술마시고 노래부르며 자식농사를 자랑하는 한바탕 잔치였다면, 요즘은 가족과 가까운 친지와 친구들과 단촐하게 모여 특별한 시간을 갖는 파티로 바뀌어 가고 있다. 특히 일생에 한번뿐인 특별한 행사를 위해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의 호텔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

각 호텔들은 고희연 팩키지 상품을 따로 준비하고 있지는 않지만 해마다 늘어가는 수요로 특별한 서비스 등을 마련해 놓고 있다. JW메리어트는 고희연을 갖는 손님에게 아이스 커빙과 케이크를 선물로 증정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노인잔치를 준비하는 자손들은 대개 음식, 서비스, 이벤트 등 요구조건이 꽤 까다로운 편이다. 고희연은 식사모임으로 끝나는 회갑연이나 여느 생일 때와는 다른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호텔 측은 "예전에는 200~500명 정도 규모의 고희연 연회도 있었으나 요즘은 대개 50~100명이 많다"며 "인원을 줄인 대신 음식을 고급스럽게 주문하고 있는 추세다"고 밝혔다. 식사비용은 호텔마다 차이가 있지만 4만~6만원대가 주를 이루지만 일인당 7만~15만원대도 잘 나간다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가족중심'의 잔치로 바뀌었다는 것.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것은 물론,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낭독과 온 가족이 부르는 합창과 연주 등 다양한 이벤트를 추가해 가족사랑을 확인한다. 의미있는 시간을 준비하기 위한 자식들의 아이디어는 기본. 부모님의 결혼사진 등 빛 바랜 옛날 사진을 영상으로 상영하며 부모님의 인생을 되짚어 보며 감동적인 시간을 함께 하기도 한다. 요즘 인기를 모으는 '영상물 제작'은 대개 이벤트 업체에서 대행해 주는데 부모님의 생가까지 다녀와 영상에 담는 등 감동을 배가시키는 일도 많다.

신라호텔 연회 예약팀 이애리 차장은 "가족의 일상과 편지 등을 넣은 '가족 책'을 만들어 부모님과 초대 손님들에게 선물하던 가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가족 모두가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 하나씩을 전달하는 일도 흐뭇한 이벤트다. 또한 귀여운 손자, 손녀들이 모여 가족 콘서트를 하는가 하면, 지인들이 나와 추억을 얘기하며 축사를 하는 순서는 더욱 감동적이라고.

칠순 생일을 호텔에서 숙박하도록 준비하는 가족도 많다. 식사가 끝나면 객실로 올라가 편하게 쉴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다. 물론 자손들이 미리 와서 아기자기하게 객실을 장식해 놓기도 한단다. 그 다음 순서는 해외관광을 떠난다. 칠순에 즐기는 허니문인 셈이다.

신라호텔의 경우 고희연 음식을 대개 중식과 한식을 많이 주문하는데 한식과 양식 또는 중식과 양식을 섞은 퓨전 스타일의 음식을 권유하는데 반응이 매우 좋단다. 가격은 7만~15만원대. 신라호텔 영빈관은 주 1~2회 고희연이 열릴 정도로 인기. 이미 어른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곳이라 자손들이 특히 선호한단다. 롯데호텔에는 주로 에메랄드 룸과 밸뷰 룸에서 주말에 5건 정도의 고희연이 열린다. 힐튼호텔에서는 가족사진 촬영을 주문하는 가족에 한해 10만원짜리 가족촬영 프로그램도 준비해 놓았다. 워커힐 호텔은 프리미엄급 연회를 요하는 고객을 위해 '웨스턴 하우스'를 마련해 놓았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 시인 두보는 일흔살이 드물다고 했지만 특별한 고희연을 즐기고 나면 '인생은 역시 칠십부터 시작'임을 깨닫게 된다.

(도움말=신라호텔 연회예약팀 02-2230-3321, JW메리어트 호텔 연회예약실 02-6282-6792, 롯데호텔 연회예약실 02-317-7211, 힐튼호텔 연회예약실 02-450-4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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