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기관의 석방-세계엔 3백70개 테러단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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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내정치에만 골몰하다 까맣게 잊어버린 사건의 하나가 21개월전 서베이루트에서 출근길에 납치됐던 도재승서기관의 경우다.
납치된 이래 정확한 소재는 고사하고 생사여부 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그가 무사히 생유했다는 소식이다. 여간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우리는 먼저 그동안 갖은 고초를 겪어가며 2년동안을 버텨낸도서기관과 몇차례의 석방보도에가슴을 졸여가며 애태웠던 도서기관의 가족들에게 새삼 심심한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도서기관의 피랍사건은 사실 그자신의 일이었다기 보다는 우리국민 모두의 지대한 관심사였다.
뻗어가는 우리의 국력에 비례해서 전세계 도처에 한국의 외교관,기술자,유학생,상사지사주재원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는 63개국에 걸쳐 3백70여 테러집단이 있는 것으로 미CIA는 추정한다.그뿐아니라 국제테러는 매년 2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서도나와 있다.
물론 이들 테러집단의 공격목표는 미·영·불·서독등 주로 서방 강대국 사람들이며 테러동기도 정치적인 이유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이번 도서기관의 경우와 같이 그 동기가 모호한 케이스도 많다.
특히 12년깨 내란에 휩싸여 있는 레바논엔 아직도 미국인,영국인등 20여명의 외국인이 납치돼 있는 상황이다.
외교관이나 외교시설은 한나라의상징인 동시에 상대그룹엔 좋은 공격목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은 레바논주재 대사관을 요새화 하거나 주재원수를 줄이고 경비를 강화하는등 자구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부 강대국들은 아예 자국 군대를 파견,자체경비를 맡고 있을 정도다.
어쨌거나 무고한 사람을 상대로 한 테러,납치행위는 그 동기나 배경을 불문하고 전세계가함께 규탄하고 응징해야 할 반인류적 범죄다.유엔이 국제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결집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아직껏 이렇다할 실효를 거두지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1년전 필리핀의 신인민군 (NPA)에 피랍됐던 한일개발소속 박종수·정상기씨 2명의 석방교섭 성공에 이어 이번에도서기관의 석방을 위해 정부당국이 벌여온 끈질긴 외교적 노력도 높이 평가한다.
이같은 정부의 노력이야말로전세계에 흩어져 묵묵히 일하고있는 수많은 우리 재외국민들에게 안심하고 직무에 충실할 수있도록 하는 가장 큰 힘이 되고있는 것이다.
우리는 당국이 재외국민의 보호를 위해 가일층 노력할 것을 촉구하면서, 차제에 10여개월 앞으로다가온 88서울올림픽을 성공리에치르기 위해 잠시도 테러 예방에 소홀함이 없도록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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