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거리던 한·일관계 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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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두 나라의 비자 면제 조치는 삐걱거리는 한.일 관계를 바꿀 수 있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 국민대 이원덕(국제관계) 교수는 "일본의 이번 조치는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보는 눈이 수평적으로 변한 것을 상징한다"며 "인적 교류가 활성화할수록 양국 관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논의 중인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2008년에 성사되면 비자 면제 면에서 한국의 위상은 유럽 국가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이번 조치의 내용.효과.의미를 문답으로 알아본다.

Q.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경우는.

A. 관광 또는 제삼국으로 가기 위한 통과의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할 때 일반 여권만 있으면 된다. 시장 조사, 업무 연락, 친지 방문, 각종 회의 참석 등 상용(비즈니스) 목적으로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체류 기간은 모두 최장 90일이다.

Q. 어학 연수 때도 비자 없이 되나.

A. 이번 조치는 체류 기간이 90일 이하인 단기 비자에 한한다. 때문에 취업이나 이민, 90일을 넘는 어학연수나 유학 등은 따로 비자를 받아야한다.

Q. 일본 입국 절차도 달라지는가.

A. 관광.상용 등의 목적으로 일본에 입국할 때 비자 없이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입국 절차가 특별히 달라지는 건 아니다. 종전대로 입국 심사대를 통과해야 한다. 다만 비자 발급료 등 구체적인 사항은 조만간 한.일 양국 간 양해각서 협의 때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된다.

Q. 일본이 왜 이런 결정을 했나.

A. 일본은 그동안 한국인의 불법 체류를 문제 삼아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때문에 이번 조치는 일본 눈에 비친 한국의 위상 변화를 반영한다. 일본에 입국한 한국인 불법체류자 비율은 지난해 9월 0.28%를 기록하는 등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일본 공안 당국이 한국인 불법 체류자 증가 등을 들어 지금까지 비자 면제에 난색을 표시했으나 최근의 불법체류 통계로 이들의 목소리는 힘을 잃었다"고 했다. 최근의 한.일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등으로 야기된 불화를 해소하려는 일본 측의 외교적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Q. 이번 조치는 언제까지인가.

A. 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항구적인 비자 면제 조치를 취하자 상호주의에 입각해 한국 정부도 똑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 양국의 비자 면제 조치는 정식으로 협정을 맺은 게 아니다. 때문에 외교부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양국 외교 관계가 극도로 악화될 경우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기한이란 얘기다.

Q.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A. 비자 면제로 절차가 간편해진 만큼 한.일 간 인적 교류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2005년 한 해 일본으로 출국한 한국인 수는 190만297명으로 같은 시기 한국에 입국한 일본인(242만1406명)의 78%다. 약 57%였던 2001년에 비해 격차가 상당 부분 좁혀졌다. 이미 김포~하네다 간 항공기 운항도 시작된 만큼 한국과 일본은 1일 생활권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박승희 기자, 도쿄=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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