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의 스케치북’
존 버거는 1950년대 초 화가이기를 포기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림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핵전쟁의 위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면 그림보다 글이 더 빠르다고 판단해서다. 이후에도 그는 드로잉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에세이와 소설 속에 직접 그린 드로잉을 자주 넣었다. 그는 생전 인터뷰 때 글 쓰기가 어려울 때 그림을 그린다고 회고했다. “드로잉은 어떤 사물이나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는 아주 귀한 방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글 한은화 기자, 사진 열화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