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부상 송진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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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송진우(37.한화.사진)의 지난날은 화려하다. 14년 전 빙그레 시절에 입단, 지난해까지 4백66게임에 출전해 1백62승.1백13패.94세이브를 올렸다. 지난 5월 18일 사직 롯데전에선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2천3백이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만큼 한화에서 송진우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그러던 송진우가 지난 6월 선발에서 제외됐다. SK전에서 왼쪽 팔꿈치를 다쳐 2군으로 떨어졌다. 1993년 발바닥에 난 티눈 수술을 위해 2군으로 갔던 이후 10년 만의 '2군행'이었다. 에이스를 잃은 한화는 흔들렸다. 당시 유승안 감독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송진우가 빠질 때의 손실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송진우가 한화의 버팀목임을 강조하는 말이었다.

이를 아는 송진우는 기꺼이 '백의종군'했다. 아직 팔꿈치 통증이 남아있기에 선발로 뛸 수는 없는 처지. 그러나 팡파르와 함께 마운드에 오르는 화려한 '주연'대신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조연'을 맡기에는 충분했다. 중간계투나 좌타자를 겨냥한 원포인트 릴리프 역이 바로 그것이었다. 조규수.마정길 등 '젊은 어깨'들이 포진한 한화의 불펜진은 송진우가 가세하면서 더욱 탄탄해졌다.

선발 투수진도 믿는 구석이 생겼다. 지난 10일 대전 현대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이상목은 "불펜에 진우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송진우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전수받은 이상목으로선 '선배이자 스승'이 뒤를 받치는 셈이었다.

올시즌이 끝나면 송진우는 곧바로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한다. 다행히 인대나 뼈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술 후 4주만 경과하면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한다.

송진우는 "이미 수술을 결정한 상태라 마음이 편하다. 부상이 다소 악화된다 하더라도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백전노장 송진우의 투지가 한화에는 '천군만마'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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