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행체제의 외교안보정책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민구 국방장관과 윤병세 외교장관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었다. 황 권한대행은 한장관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지킴에 있어서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전군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만전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지시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궐위사태를 맞아 그만큼 외교안보 상황이 위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대통령 선출 이전 최대 60일 임기의 과도정부로선 외교안보 핵심 현안에 대해 ‘현상 유지’와 ‘상황 관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효기간 2개월의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진행중인 미국의 대북정책 리뷰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대응 일본의 평화의 소녀상 보복 대응 등 핵심 외교안보 현안에 정부는 ‘현상유지’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도 2개월 후 새로 출범할 정부가 황교안 권한대행이 끌고가는 과도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대북정책 리뷰 작업과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5월 새 정부 출범 전까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은 불가피하게 미국의 안일 수 밖에 없다”며 “새 정부 출범 직후 한미간 대북정책 공조작업에 바로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미국 입장에서도 과도정부와 진지한 정책 협의 필요성을 못 느낄 수 밖에 없다”며 “과도정부는 대북정책을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만들어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곧바로 집중력을 발휘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한ㆍ일 위안부 합의 등 당장 2개월안에 해결이 불가능한 현안은 차기 정부로 이관될 수 밖에 없다. 위성락 서울대 겸임교수(전 외교부 평화교섭본부장)은 “과도정부는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관성을 최대한 배제해야 하고 과도하게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며 “차기 정부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상황이다 보니 2개월동안 정책 집행과정에서 업무체계 등에 일부 혼선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파면상황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안보수석실과 대통령 권한대행체제인 총리실, 외교안보부처 간 업무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총리실 관계자는 “처음 있는 일이라 솔직히 당황스럽다. 대통령 직무정지 때보다는 총리에게 좀더 힘이 실릴 수 밖에 없지 않겠냐”며 “파면 결정으로 대통령 비서실의 법적 지위 논란이 나올 수 있지만 청와대 참모들이 황교안 권한대행을 적극적으로 보좌하는 방식이 과도기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차세현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