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물사업도 매각 … SW 업체로 변신 잰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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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조 받고 프랑스 기업 등에 넘겨

GE는 8일(현지시간) ‘GE 워터 앤드 프로세스 테크놀로지스’수처리 사업을 프랑스 기업 수에즈와 캐나다 연기금인 께스 드 데포(Caisse de Depot)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은 34억 달러(약 3조9300억원)로 수에즈가 70%, 캐나다 연기금이 30%의 지분을 갖게 된다. 워터 앤드 프로세스 테크놀로지스는 130개국에서 산업용 물 처리와 관련 장비 사업을 하는 GE 자회사로, 지난해 30억 달러(약 2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료: 2016년 GE 연간 보고서

자료: 2016년 GE 연간 보고서

이번 매각은 최근 수년에 걸쳐 진행 중인 GE의 사업구조 전환의 일환이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GE는 20세기 내내 세계 최대 제조기업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이제 목표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제프 이멜트 GE 회장은 2015년 “2020년까지 세계 10위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137년 된 스타트업’이란 얘기가 나왔다. 이멜트 회장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모든 기계에 소프트웨어가 실행되고 있다”며 “우리의 경쟁자는 SAP, IBM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라고 말했다. GE가 주목하는 시장은 각종 하드웨어에 데이터 분석을 통합하는 산업인터넷 분야다. 터빈·엔진 등 핵심 제조설비에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소프트웨어 등을 결합해 미래 제조업 환경에 유리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멜트 회장은 “산업인터넷을 이용하면 생산성을 20~30% 높일 수 있고, 이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라고 강조했다. GE는 지난해 산업용 IoT 운영체제인 ‘프레딕스(Predix)’를 공개해 주력 제품으로 밀고 있다.

동시에 비핵심 분야는 꾸준히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그룹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가전사업 부문을 중국의 하이얼에 약 6조원에 매각했고,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던 GE캐피탈에서도 과감히 손을 뗐다. 최근 현대카드 지분 43%도 전량 매각했다. 지난해 9월엔 스웨던 아르캠과 독일 SLM솔루션이라는 3D프린터 업체를 14억 달러에 인수해 기존 부품 제조장비를 3D금속 프린터로 바꾸는 혁신에 나섰다.

이멜트 회장은 이달 초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지난해 40억 달러에 이르는 디지털 소프트웨어 수주를 했다”면서 “올해는 주문량이 20~30% 증가해 최소한 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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