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과 고용 부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꼽은 경기 회복의 두 가지 걸림돌이다. KDI는 7일 내놓은 ‘3월 경제 동향’에서 최근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건설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한 가운데, 수출 회복으로 설비투자도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소비심리 위축으로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완만하고 고용 부진도 지속하면서 경기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1월 소매 판매는 한 달 전보다 2.2% 줄었다. 3개월째 뒷걸음질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불확실성이 큰 탓에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어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94.4로 지난해 11월(95.7)이후 4개월째 기준치(100)를 밑돌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미만이라는 건 경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가계가 더 많다는 뜻이다.
게다가 고용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 여파가 이어지며 지난 1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6만 명 감소했다. 지난해 7월(-6만5000명) 이후 7개월째 줄었고 감소 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고용 부진은 소비 침체와 서로 악영향을 주고받는다. 고용이 나빠지면 소비가 줄고 이는 고용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KDI가 “취업자 증가세는 둔화되고 실업률도 상승하고 있어 민간소비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본 건 이래서다.
그나마 수출이 호전세를 보이는 건 위안거리다. 지난 1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1.2%, 2월은 20.2% 늘어나며 두 달 째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이 회복되면서 생산과 투자도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 늘었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1월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2.6% 증가했다. 역시 3개월 연속 늘었다.
하지만 이 역시 내용을 뜯어보면 긍정적으로만 볼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KDI는 “반도체 등 특정 부문의 높은 증가세가 아직까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1월 제조업과 전기ㆍ가스업 생산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은 전달 대비 3.3% 늘었다. 하지만 반도체 및 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광공업 분야의 생산은 전달보다 감소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이러다 보니 수출 호전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김성태 KDI 거시ㆍ금융경제연구부장은 “주력 산업 전반이 아닌 반도체 등 일부 분야의 업황만 호전된 상황”이라며 “그러면서 수출 증대 효과가 중소 기업이나 서비스업에 미치지 못해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고용과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내수 부진을 심각한 수준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도입, ^골프장 세부담 경감, ^호텔 숙박비 10% 인하 유도와 같은 내용의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데다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경제 불확실성도 커져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계 소득이 늘지 않아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까지 겹쳐 소비심리가 더 가라앉을 수 있다”이라며 “탄핵 정국 등이 이어지더라도 정부는 경제 주체의 불안한 심리를 완화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를 빌미로 한국 경제에 대해 노골적인 보복을 벌이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한국의 주요 대중(中) 수출 폼목인 중간재(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료나 부품) 수출을 중국이 나서서 막긴 어렵다. 중국의 수출도 악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광 등 내수와 직결된 분야는 사정이 다르다. 이미 중국 당국의 한국 여행 제한 조치 등으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관광객의 한국에서의 소비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만큼 중국 관광객 감소가 현실화하면 당장 일부 자영업종에서 피해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며 “피해 업종에 대한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ㆍ이승호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KDI, "수출증가에도 소비심리 악화, 고용부진이 경기 회복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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