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쳇바퀴’를 멈추게 한 질문 하나

중앙일보

입력

* 시각장애인 음성정보 지원을 위한 텍스트입니다.

# ‘쳇바퀴’를 멈추게 한 질문 하나

1.
자립형 사립고 → 카이스트

저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공부만 하던 학생이었습니다.

2.
대학만 가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인 줄 알았어요.
쳇바퀴같이 학원만 돌지 않아도 되고
그래서 죽도록 공부만 하는 일도 없고

3.
물리 강좌 1000여 명 중 600등

그런데 대학 첫 학기 성적에서 충격을 받았어요
나름대로 ‘공부 좀 한다’고 생각했는데…

4.
결국 제 갈 길은 공부였나봐요
쫓기듯 입대했고 전역 후엔
모든 걸 포기하고 공부만 했습니다.

5.
1학기 2학기
4.15 4.18 (4.3점 만점)

‘과탑’의 성적을 받았지만 행복하지 않았어요
대체 뭐가 행복인지도 알 수 없을 지경이었죠

6.
문득 떠오른 질문 하나…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7.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은
‘현재의 나’가 아닌
미래의 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8.
미래의 나를 위해 희생하는
현재의 나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9.
그래서 결심한 건 여행.
나를 찾기 위해 떠나기로 했습니다

10.
비행기삯은 부모님께 받았지만
여행비는 제가 알아서 하기로 했어요

11.
하지만 가진 돈은 고작 50만원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2.
호주의 바나나 농장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4시까지 일하며
하루에도 수십번 도망치고 싶었죠

13.
버려진 컨테이너를 잠을 잤고
밤이면 너무 추워 13벌의 옷을 껴입었습니다.

14.
안먹고 안입으며 100일만에 1000만원을 모았고
드디어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어요

15.
택시에서 강도를 당하기도 하고
고산병에도 걸렸고
불법 체류자로 쫓겨날 뻔도 하고

16.
357일간 18개국을 돌았습니다
너무너무 힘든 기억도 있지만
고생한 그때조차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17.
사실 여행 한 번으로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하지만 불안감때문에 제 미래를 덜컥
결정하지 않을 정도의 배짱은 생겼지요

18.
친구들은 대학원·대기업을
가지 않으면 불안해하지만
저는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제가 행복한 삶을 살아보려구요

19.
젊음을 이렇게 보내는 것,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이 글은 박성호씨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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