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장 '바늘 방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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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민은행은 1일 인사에서 116명의 지점장을 후선으로 밀어냈다. 국민은행의 지점 수가 1100여 개인 점을 감안하면 지점장 10명 중 1명이 실적 때문에 현직에서 밀려난 셈이다.

국민은행은 1년에 2번씩 3년간 지점장의 실적을 평가한 뒤 이 중 최하위 10%가량에 후선보임 발령을 낸다. 경쟁이 치열해 1년 만에 후선보임으로 밀려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사실상 대기발령인 후선보임이 되면 특별한 실적을 올리지 않는 한 6개월마다 업무추진역→조사역→상담역으로 직급이 떨어지면서 월급도 줄어든다. 이들은 각 지역본부에 배속돼 신용카드.대출.예금 등을 개인적으로 마케팅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실적을 내기 어렵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점장 자리가 실적이 나쁘면 곧바로 본부 대기발령으로 밀려나는 '고(高)위험 직군'이 된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지점장으로 발탁되지만, 실적이 좋지 않으면 후선 발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점장들의 스트레스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최근 인사를 한 우리은행도 40여 명의 지점장에게 후선 발령을 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보다는 다소 작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본부장.부행장 등 직급이 올라가면 이런 스트레스는 더 심해진다. 부행장이 등기이사였던 예전엔 임기 3년이 보장됐지만 요즘엔 부행장 중 1, 2명만 등기이사다. 따라서 1~2년 만에 물러나는 부행장도 많다. 이달 중 통합되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은 두 은행의 부행장 18명을 12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신규 발탁까지 포함하면 절반가량이 교체될 상황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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