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불치병 … 아무리 힘들어도 울지 않을 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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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잘 가, 사이먼
데이비드 힐 글, 변용란 옮김, 원유미 그림
동쪽나라, 256쪽, 8000원

근육병을 앓고 있는 중학교 2학년 소년 사이먼의 생활을 단짝 친구 네이선의 입을 빌어 그린 소설이다. 한발 한발 다가오는 죽음을 감내해야 하는 불치병 환자와 그를 따뜻하게 감싸는 가족.친구들. 감동을 끌어오기 딱 맞는 설정이지만 '최루성'과는 거리가 멀다. 공부보다는 여자친구와 게임에 더 관심이 많은 사춘기 소년들의 생활을 그 또래다운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풀어놨다.

재치있는 유머감각도 두드러진다. 사이먼의 등과 허리 근육이 점점 약해져 휠체어 등받이와 사이먼의 가슴을 벨트로 묶어야만 했다. 네이선은 그 벨트가 '죽도록 끔찍해'보였지만, 입으론 농담이 술술이다. "야, 드디어 병원에서 네 머리가 문제란 걸 알아낸 모양이구나! 마침내 정신병자용 구속복을 입혔네!"

숨지기 전 마지막으로 네이선을 만난 사이먼도 "너희들 며칠간 나 없이도 학교가 잘 돌아가게 할 수 있겠지?"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래서 더 가슴이 뻑뻑해진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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