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나온 외국기자들 "Oh, it's Rai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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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뉴욕 공연을 앞두고 1일(현지시간) 맨해튼 블룸버그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도 한국 가수 비는 '스타'였다. 그가 플래시 세례 속에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자 "앗, 비다 (Oh, it's Rain)"란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1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58번가의 블룸버그 빌딩 7층. 2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의 공연을 하루 앞두고 열린 이날 기자회견은 비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100명 이상의 기자들이 각국에서 몰려와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기획사 관계자는 "중국.일본.홍콩.대만 등 아시아권과 미국 현지 취재진은 물론, 스칸디나비아 기자들까지 참석했다"고 귀띔했다.

비의 인기는 예매 실적에서도 확인됐다. 각각 55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그의 콘서트 입장권은 2회 모두 매진됐다. 그뿐 아니다. 미국의 최대 음악채널인 MTV는 그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 콘서트는 물론이고 3일 오후 맨해튼 스튜디오에서 열릴 공연도 촬영키로 결정했다. 이 촬영분은 MTV 뉴스 및 중화권 방송인 MTV-Chi, 한국인을 위한 MTV-K 등을 통해 미국 전역에 방송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는 절반은 영어로, 절반은 한국어로 답했다. 문장은 간결했고, 발음은 정확하면서도 자연스러웠다.

비는 자신을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가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가수 중 미국에서 대성한 경우는 없었다. 아시아 사람이 미국에서 성공했으면 좋겠고 그 주인공이 나였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신의 음악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R&B(리듬 앤드 블루스)와 힙합을 섞어 놓은 것"이라 답했다. 그러면서 질문한 기자에게 "공연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언제 표를 사서 오겠느냐"고 농담을 건네는 여유도 보였다. 동시에 회견장에는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자신의 춤에 대해선 "아시아의 무예와 미국의 힙합 댄스를 결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힙합을 너무 좋아해 기회가 닿으면 미국의 유명 힙합 프로듀서들과 일하고 싶다"고도 했다. 미국 가수 중 누구와 함께 공연하고 싶으냐는 질문도 나왔다. 비는 주저없이 "마이클 잭슨이 어릴 적부터의 우상이었다"며 "비록 지금은 그가 형편이 좋지 않지만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20여 분이 흐른 뒤 사회자가 비를 발굴하고 길러낸 가수 출신 프로듀서 박진영씨를 소개했다. 적잖은 미국 생활 덕에 영어가 유창한 그는 비의 미국 시장 진출을 성공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부를 내비쳤다. 박씨는 "많은 아시아 가수들이 미국 시장에서 실패한 것은 미국 가수의 노래 방식을 베끼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가수는 지극히 아시아 가수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아시아 음악의 차이점도 거론했다. 박씨는 "아시아 노래는 미국에 비해 훨씬 더 섬세하고 정확하다"며 "아시아 팬들은 노래를 듣지만(hear), 미국 팬들은 노래를 느낀다(feel)"고도 했다.

기자들은 대부분 비의 성공을 점쳤다. 영어 실력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뉴욕에서 일하는 우이칭(吳翊菁) 아주주간(亞洲週刊) 특파원은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 나온 여배우 장쯔이와 궁리보다 영어 발음이 낫다"고 평했다. 데이비드 왓킨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기자는 "홍콩에서 비의 인기가 최절정인 만큼 미국에서도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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