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네티즌' 3 ~ 5세 유아 47.9% 인터넷 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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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만 3세에서 3개월 모자라는 아름(가명)의 집은 매일 밤 인터넷 전쟁을 치른다. 아빠가 귀가하면 아름은 컴퓨터를 켜달라며 떼쓰기 시작한다. 부모가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한밤중에 큰 소리로 울며 잠을 자지 않는다.

아름의 어머니 신모(33)씨는 "문을 닫아놓고 사는 겨울철이기 망정이지, 여름철이면 이웃들 눈총을 샀을 것"이라며 난감해 한다. 아름은 이런 식으로 거의 매일 밤마다 유명 포털사이트의 어린이용 사이트를 10분 이상 이용한다. 지난 설 연휴에 아름은 큰집의 사촌(6, 9세)들과 인터넷을 이용하며 지냈다. 인터넷에서 어린이용 만화와 유명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즐겨봤다. 또 인형 옷입히기 등 각종 게임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설 연휴 기간에 아름은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을 인터넷에 접속했다.

어머니 신씨는 "함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친구 절반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나친 인터넷 이용으로 성장에 지장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아름처럼 인터넷을 이용하는 유아(만 3~5세)가 의외로 많다.

네티즌들은 이들을 '웹키즈'라 부른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전국 7076가구(1만8683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보화 실태조사'에서 만 3~5세 유아의 인터넷 이용률이 47.9%로 나타났다.

이를 나이별로 나눴을 때 만 5세의 인터넷 이용률은 64.3%, 만 4세는 44.6%, 만 3세는 33.5%를 기록했다. 만 6세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72.8%로 2004년에 비해 2.6%포인트 증가했다. 또 6~29세 연령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98%를, 30대는 91%를 각각 기록해 30대 이하 연령층의 90%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아들은 1주일에 평균 4.8시간씩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10시간 이상씩 이용하는 비율도 11%를 차지했다. 유아 이용자의 92%는 게임.오락.음악감상 등 여가활동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며, 39%는 공부를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기 때의 인터넷 이용은 성장기 발달장애 등 각종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세누리 소아정신과 이호분 원장은 "언어 확장과 인지 정서 발달이 가장 필요한 3~5세 유아에게 수동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인터넷은 매우 좋지 않다"며 "이 나이의 아이에게는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아기의 인터넷 이용은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활동의 즐거움도 앗아갈 수 있다.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서영숙 교수는 "화려한 매체인 인터넷에 빠져들면 유아들은 책이나 음악을 멀리하고 만들기 활동을 하기 싫어한다"며 "인터넷에 비해 이런 활동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어 "장시간 인터넷을 혼자 이용하다 보면 사회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유치원 같은 곳에서는 여러 아이가 함께 인터넷을 사용하는 게 사회성을 키우는 데 좋다"고 말했다.

이희성.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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