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강남집값 안정, 재건축 활성화에서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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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서울 강남 지역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8·31대책으로 표창까지 받은 건설교통부 부동산 대책 담당자들은 “아무리 계산해봐도 재건축 투자수익률이 제대로 나올 수 없는데 계속 폭등하다니, 부동산 시장이 이성을 잃었다고 할 수밖에….”라고 자조하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핵폭탄 급 대책을 내놓아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정부가 ‘재건축 딜레마’에 빠진 채, 안절부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간 내놓은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집값이 다시 상승하자,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정부는 2003년 이후 소형 의무비율, 임대아파트 건설 의무화, 재건축아파트 일반분양 후분양제 도입, 재건축 분양권 전매제한 등 메가톤급 규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3개월 후 다시 재건축 아파트 시세는 급반등해왔다.

◆ 재건축 누르면 일반아파트 상승 악순환... 재건축 규제에도 불구 아파트 가격 뛰는 것은 강남지역의 특수성 때문

이미 포화상태인 서울 강남 지역은 재건축이 신규 주택의 주요 공급원. 정부가 재건축을 규제하면 재건축 시세 자체는 일시적으로 수그러들지만, 시장에서는 이로 인해 신규 공급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일반아파트 값이 더 큰 폭으로 뛰게 된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아파트의 시세 상승률은 이 지역의 일반아파트나 분당 주요지역 아파트의 상승률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 대치동 은마 아파트가 1년동안 10% 올랐다면 주변 삼성 래미안은 3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는 강남 집값을 상승시키는 진원지다. 그 재건축 아파트를 잡기 위해 당정은 오는 2월 말까지 재건축 근거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하는 등 서울 강남 재건축을 직접 겨냥한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2단계 대책 발표가 오히려 강남 재건축 시세를 더 부추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있는 재건축 4대 규제(후분양제, 소형평형 의무비율, 전매제한, 임대주택 의무화)를 능가할 만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시장의 기(氣)만 살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르는 시세를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건교부의 부동산 대책 실무자들은 성급한 대책을 내놓기보다 시장이 스스로 가라앉기를 바라고 있는 눈치다.

◆ 부동산 정책 둘러싼 건설교통부와 서울시의 잇딴 엇박자... 아파트 값 상승 원인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이 요동치며 집값이 뛰고 있는 데 대해 건교부와 서울시는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히 공조하지는 못할망정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건교부는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시장 불안의 진앙이 서울시라고 보고 있다. 시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재건축 용적률을 당초 210%에서 23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아파트 34평형은 매매가가 10억원까지 치솟았다. 또 시가 여의도 고밀도 아파트지구의 재건축 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기준 용적률을 230%로 정하자 일대 노후 아파트단지의 호가가 수천만원씩 뛰었다.

이에대해 서울시는 '강남 집값 급등이 시의 재건축 규제 완화 탓이라는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시는 되려 법정 한도보다 낮게 용적률을 정하고 있지 용적률을 완화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정부가) 송파 신도시 등을 통해서 대기수요를 키워 강남 수요를 자꾸 팽창시키는 경향이 없지 않나 걱정스럽다'고 정부로 화살을 돌렸다.

실제 고밀도 아파트지구의 경우 시내 다른 지구에서도 대부분 230%로 결정된 사례가 있고 은마아파트의 경우 현재 용적률도 이미 200%에 육박해 210%로는 사업성이 없다는 게 해당 아파트 주민들의 반응이다. 또 '서울시가 집값을 올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각종 부동산 관련 정책 집행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미미한 호재에도 비정상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어쨌든 서울시의 결정들이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야기한 원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재건축 및 송파 신도시를 둘러싼 서울시와 건교부의 불협화음 때문이며,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완화는 무산됐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강한 기대심리가 깔려 있다.

◆ 수요 억제 정책 한계... 강남 집값 안정시킬 유일한 수단은 '재건축 활성화'

정부의 부동산 2단계 대책은 분양가 인하 및 공급 확대보다는 강남 재건축시장 안정 방안 쪽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대책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검토중인 새로운 카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건축 관련 승인권 회수, 임대아파트 의무비율 강화, 2종 및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하향조정, 안전진단 절차 재정비 등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용적률과 층고 등을 정하는 기본계획수립과 재건축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안전진단 등 핵심적인 절차는 중앙정부가 환수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강남지역에 대한 진입수요가 여전하고 재건축 외에 강남에 추가 공급될 아파트가 없다는 점에서 수요억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여당의 2단계 대책 마련에 재건축 아파트단지가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적인 공급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가격 불안요인은 해소될 수 없을 것이다.

최근의 재건축 가격 급등이 주거여건이 뛰어난 강남지역에 대한 진입 수요와 더이상 재건축 외에 강남에서 지어질 수 있는 아파트가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빚어진 만큼 공급대책도 병행 추진돼야 한다. 문제는 강남권에 물량 공급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수요 억제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급 확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따라서 진정 정책의 목표가 강남 집값의 안정과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에 있다면, 오히려 제도의 초점은 재건축을 활성화 하는데 맞추어져야 한다. 재건축 활성화는 비단 임대주택 뿐만아니라 기성시가지에서 일반적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하다.

특히 '강남'과 같이 개발가능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재건축 활성화 뿐이다. [디지털국회 박민선]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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