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성전환 중 레슬러, 여자부 경기 우승...성 결정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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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전환중인 레슬러 맥 베그스 선수. [사진 맥 베그스 선수 페이스북]

성 전환중인 레슬러 맥 베그스 선수. [사진 맥 베그스 선수 페이스북]

미국에서 성전환 과정에 있는 한 레슬러가 여자부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해 생물학적 성과 성 결정권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CNN, 리파이너리29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 맥 베그스(17) 선수는 25일(현지시각) 텍사스 주 레슬링선수권대회 110파운드(약 50㎏)급 여자부 경기에 출전해 우승했다. 현지에서는 이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금지해 달라는 소송까지 제기된 상태다.

베그스는 여성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의사 처방을 따르며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하는 등 남성으로 성을 전환하고 있다. 베그스의 테스토스테론 복용과 관련해서는 텍사스 주 교육법에서 '유효한 목적을 위한 의사 처방의 약물'은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그스와 같은 체급에 출전한 학생 선수들과 이들의 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경기에 영향을 끼쳐 불공정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베그스는 주말에 열린 경기 전까지 52승을 올렸고, 마지막 첼시 산체스와의 경기에서도 12 대 0으로 이기는 등 다른 선수를 압도했다.

베그스가 남자부가 아닌 여자부 경기에 출전한 것은 규정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텍사스 주의 공립학교 스포츠를 관장하는 '유니버시티 인터스콜라스틱 리그'가 출생신고서에 표기된 성에 따르도록 한 규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베그스의 경기 우승 논란은 미국에서 한창 논란 중인 이른바 '성 전환자의 화장실 선택권' 논란과 닮은꼴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출범 이후 성전환 학생이 원하는 화장실을 쓰도록 하려 했던 지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행정부의 방침을 폐기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성전환 학생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내 공립학교에서 성전환 학생들의 화장실 선택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에 10여개 주가 반발해 지난해 8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리드 오코너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주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성전환 학생이라도 주어진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는 결정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즉시 항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정부의 항소 절차를 철회해 미국에서 다시 이 주제로 논쟁 중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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