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6자회담 전망] "北 이번엔 판깨기 힘들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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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남북+미.일.중.러)의 이달 말 개최가 확정됨으로써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다시 찾게 됐다. 지난 4월 베이징(北京) 북.미.중 3자회담 이래 4개월 만이다.

북한이 지난달 초 사용후 핵연료봉 8천개의 재처리를 끝냈다고 미국에 통보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됐던 점을 감안하면 핵 위기 체감 지수는 한 단계 내려갔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북한 간 손해배상 의정서 미체결에 따른 대북 경수로 사업의 8월 중단 논의도 유보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북핵 논의도 수면 아래로 들어가게 됐다.

이번 6자회담은 한반도 주변 4강이 모두 참가하는 만큼 베이징 3자회담과 달리 북한이 쉽게 판을 깨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다시 핵 위기를 부르는 길을 택할 경우 중국.러시아도 북한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6자회담 틀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엔 새 시험대이기도 하다.

회담의 최대 쟁점은 북한의 핵 폐기 및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 확약 문제와 이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다. 회담의 형식은 6자지만, 핵심 의제는 북.미 간에 걸쳐 있는 셈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3자회담에서 이미 미국 측에 입장을 제시했으며, 이번 회담에선 미국의 답을 기다리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른바 '새롭고 대범한 해결 방도'라고 이름 붙인 제안에서 핵 폐기.미사일 문제 해결과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 경제 지원, 북.미 국교 정상화를 4단계에 걸쳐 일괄타결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미국은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의회 결의안 형태의 대북 체제보장과 경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해법은 모두 일괄타결이라는 점에서 타협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핵폐기를, 북한은 미국의 체제보장을 선결조건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회담은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이 단계적 해결 방식을 통해 핵폐기와 관련해 시간끌기로 나오는 것을 경계하면서 대북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핵 보유 선언도 할 수 있다는 배수의 진을 칠 전망이다.

그런 만큼 이번 회담에서 북.미 양측이 핵 문제 해결의 접점을 찾고 2차 6자회담의 일정만 잡아도 성공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장정(長程)의 출발점이란 성격이 짙은 만큼 핵심 당사국인 북.미 양측이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영환 기자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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