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골의 수수한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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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선시대 후기 화가 가운데 소나무를 즐겨 그리가로는 단연 이인문·이린상·이재관을 꼽을만하고, 현대작가로서 그 독특한 필치를 지적하라 한다면 변소정과 성수곡을 빼놓을수 없다.
『송림촌』은 화면의 분위기가 꽉 차는 단단한 구성의 작품이다. 통상의 굵은 먹선이나 짙은 채색을 쓰지 않고 담담한 채멋과 문기가 그득한 화폭이다. 담묵으로 구불구불한 윤곽선을 그어나갔는데 그야말로 노련하고 허십탄회한 운필의 경지가 아닐수 없다. 솔밭속에 마을이 들어앉은 듯, 혹은 마을 속에 솔밭이 있는듯 언뜻 외둘어져 보이면서도 오순도순 밀집된 느낌도 동시에 준다.
풍곡의 소나무는 30대중반의 『산촌』이래 4O여년간 계속 그려온 것이지만 『송림촌』 만큼 회심의 쾌작도 흔하지 않다.
오기도, 수다스러움도 전혀없는 가장 한국적인 향촌의 수수한 정경이다.

<18일까지 호암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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