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꼬맹이도 이겨냈어요, 가슴이 콩닥콩닥 무대 공포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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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주인공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발표를 앞두고 덜덜 떠는 모습은 좀 우습다. 특히 재미있는 건 덜덜 떠는 사람은 보통 이러지 말자고 되뇌이며 안 떨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하나도 안 떨려!』(주디스 비오스트 글, 소피 블랙올 그림, 서남희 옮김, 현암주니어, 32쪽, 1만3500원)의 주인공 아이도 그렇다. 제목처럼 “하나도 안 떨린다”고 큰 소리 치지만, 친구들 앞에서 노래할 차례가 다가올수록 스웨터에 얼굴을 점점 파묻는다. 급기야는 바지를 신었는지 장화를 입었는지 헷갈리는 상황이 오고, 발가락을 읽어야 하는지 시를 춤추게 해야 하는지 기억도 나지 않게 된다. 아득한 정신에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사이, 선생님과 친구들의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심하게 떨어본 사람은 알 거다. 뒤죽박죽한 정신 상태에서 나는 나와 상관없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기절할 것 같은 긴장감도 지나고 보면 별게 아니고 심지어 우습기까지 한 감정이라는 걸. 그걸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유머러스한 책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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