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수술 한 거 맞아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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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김재현(28.LG)은 점괘를 봤다. 장난삼아 봤지만 "굉장한 시련이 닥친다"는 말은 찜찜했다. 1994년 프로야구 사상 신인 최초로 20(홈런)-20(도루)클럽에 가입했던 그는 지난해 절정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느닷없이 날아든 '고관절 부상'은 김재현을 한없이 추락시켰다. 지난해 12월 양쪽 고관절 수술을 받았고, 선수생명에 치명타였다.

그러던 김재현이 거짓말처럼 '부활'했다. 지난달 29일 광주 기아전에서 9개월 만에 방망이를 잡은 김재현은 홈런을 포함, 4타수 3안타.3타점을 기록했다. 타격감은 전성기를 방불케 했다. 11일 현재까지 12경기에 출전한 김재현은 0.438의 타율을 달리고 있다. 고비마다 네 방의 홈런을 때렸고, 안타는 14개에 달했다.

"혹시나"하던 LG 코칭스태프는 "역시나"하며 김재현을 즉각 5번에서 4번으로 옮겼다. 폭발력은 더욱 컸다.

물론 재활이 쉽진 않았다. 수술 후 김재현은 휠체어 신세였다. 목발을 짚고도 걸을 수 없었다. '다시 뛸 수 있을까'보다 '다시 걸을 수 있을까'가 문제였다. 한달을 그렇게 보냈다.

김재현은 일본으로 건너갔다. 벳푸에서 하루 다섯시간씩 온천을 하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병곤 트레이너는 "그때만 해도 혼자서 양말을 신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김트레이너가 "운동량을 줄이자"고 제안할 때마다 김재현은 "어림없는 소리"라며 고집을 피웠다. 그러면서 유연성이 조금씩 돌아왔다.

그래도 완벽하진 않다. 지금도 버스를 타고 지방을 다닐 때는 체력이 떨어진다. 전력 질주도 아직은 부담이다. 그래서 지명타자로만 뛸 뿐, 수비나 주루 플레이는 못한다. 정상흠 코치는 "정상 선수 컨디션의 80%로 보면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현이 '두 번째 야구 인생'을 사는 것은 투지가 숨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성기 김재현의 타구 스피드는 시속 1백69㎞였다. 새미 소사(1백80㎞)에겐 못 미쳤으나 이승엽(1백63㎞)보다는 빨랐다. 황병일 코치는 "요즘은 그만한 스피드가 어렵지만 오히려 힘을 뺀 부드러운 스윙이 타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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