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의 희생양" 라이베리아 테일러 대통령 퇴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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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내전 중인 라이베리아 찰스 테일러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물러나고 모제스 블라 부통령이 오는 10월 2일 총선 전까지 과도정부를 이끈다고 AF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총선 일정이 발표됨에 따라 과도정부 측은 내전을 벌이고 있는 반군 측과 한시적 휴전을 이룰 가능성도 커졌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반군 측은 신임 블라 대통령을 테일러 대통령의 측근으로 보고 있지만 총선 이후 정국 주도권을 계산, 타협에 나설 개연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테일러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수도 몬로비아 대통령궁에서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쿠푸르 가나 대통령 등 아프리카 정상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제스 블라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했다.

그러나 그는 전날 저녁 방송한 대국민 고별연설에서 자신은 "미국이 부추긴 전쟁의 희생양"이라며 "미국이 금.다이아몬드 등 라이베리아의 자원을 노려 반군에 무기와 자금을 대줬다"고 비난했다.

군 출신인 테일러 대통령은 1989년 새뮤얼 도 정권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킨 뒤 97년 선거를 통해 권좌에 올랐다. 하지만 2년 만에 철권통치에 반발한 반군의 공격으로 내전이 재개됐다. 이 내전으로 최근 두 달 동안에만 2천여명이 숨지는 등 지난 14년간 20만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테일러는 내전 기간 중 민간인을 학살하고, 다이아몬드 이권을 대가로 이웃 나라 시에라리온의 반군에 무기를 팔아 내전을 부추긴 혐의로 유엔의 전범재판에 기소된 상태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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