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SK플래닛, 1조원대 중국 투자유치 물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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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계열사인 SK플래닛이 중국의 민영 투자회사를 상대로 진행해온 1조3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 계획이 중국 기업의 일방적 결정으로 물거품 됐다. 한반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23일 동아일보는 재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SK플래닛과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중민투)의 투자 협상이 지난해 말 취소됐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민투가 아무 입장을 밝히지 않고 갑작스레 협상 테이블을 떠나 SK그룹이 적잖이 당황스러워했다”고 전했다.

sk플래닛 판교 사옥.

sk플래닛 판교 사옥.


SK그룹이 중민투와 투자 협상을 시작한 건 지난해 초였다. 지난해 2월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흡수합병한 SK플래닛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재무 투자자를 물색했다.


BoA 메릴린치 주관으로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진행하다 실패한 뒤 중민투로부터 지분 인수의향서를 받았다. 중국 진출을 꿈꾸던 SK와 한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에 관심이 많은 중민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가 나온 뒤 협상이 교착됐다. 중국의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가 들어가는 차량을제외하는 등 실제 보복으로 볼 만한 조치들이 나왔다. 결국 지난해 말 중민투의 투자 철회 통보로 SK플래닛의 자금 확보 계획은 백지화됐다.


앞서 중국은 롯데그룹이 선양에서 진행하고 있는 3조원 상당의 롯데타운 조성 사업도 지난해 12월 말 중단 조처를 내렸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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