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후예들 "수비는 우리가 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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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시호크스의 수비수 타투푸

스틸러스의 수비수 폴라말루

이름도 낯선 파고파고(Pago Pago)의 후예들이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의 주인공이 됐다. 제40회 수퍼보울(한국시간 2월 6일 디트로이트)에 출전하는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시애틀 시호크스 선수 가운데 이름을 부르기도 어려운 두 명이 있다. 트로이 폴라말루(25.스틸러스)와 로파 타투푸(24.시호크스). 둘은 양 팀 수비의 핵이자 스타 플레이어다. 최근 대학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남가주대(USC)의 전성기를 이끈 선후배이기도 하다. 양 팀의 공격은 모두 그들의 벽을 넘어야 길이 열리고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이들의 이름에서는 남태평양의 바다 냄새가 난다. 폴라말루의 풀네임은 트로이 아우무아 폴라말루. 타투푸의 풀네임은 모시우렐라 메일로파 타투푸다. 태어난 곳은 미국 본토지만 조상이 모두 남태평양의 작은 섬, 미국령 사모아 출신이다. 그것도 인구 3500명의 파고파고 출신. 이들은 폴리네시안 원주민 피를 이어받아 강인한 체력과 저돌적 태클로 수비를 이끈다.

시호크스 중앙 수비수 타투푸

타투푸의 포지션은 미들라인 배커. 축구로 따지면 중앙 미드필더고, 이름을 대자면 김남일(수원)에 가깝다. 수비의 한가운데서 상대 진영을 휘젓는 게 특기다. 쿼터백을 향해 돌진하거나 짧은 공격(주로 러싱) 때 공을 든 공격수를 태클하는 게 주요 임무다. 타투푸의 태클에 상대 러닝백과 타이트엔드(와이드 리시버.러닝백 외에 패스를 받을 수 있는 공격수)가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러싱 공격이 주특기인 스틸러스로서는 타투푸의 태클을 피하지 못하면 공격 루트 개척이 어렵다. 매사추세츠주 태생인 타투푸는 데뷔와 함께 프로보울에 이름을 올린 신인 올스타다. 아버지 모시 타투푸는 USC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서 활약했던 러닝백이며 부자 스타로 유명하다.

스틸러스 최종 수비수 폴라말루

폴라말루의 포지션은 스트롱 세이프티. 축구로 따지면 최종수비수, 스위퍼 격으로 홍명보와 같은 역할이다. 맨 뒤에서 수비의 마지막 순간을 조율한다. 그러나 때론 쿼터백을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들고, 때론 러닝백을 향해 몸을 날리며, 때론 상대 쿼터백의 시선을 응시하다가 패스를 따라 표범처럼 날렵하게 움직인다. 한마디로 수비의 멀티 플레이어다. 폴라말루는 데뷔 이후 3년 연속 미프로풋볼(NFL) 올스타전인 프로보울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수퍼보울에서도 시호크스 쿼터백 맷 해슬백이 가장 경계해야 할 수비수는 당연히 폴라말루다. 폴라말루는 미국 오리건주 태생으로 형제와 사촌들이 모두 운동선수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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