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추격에 … 초조한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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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의 광소자 제조업체인 나리지온은 수출활로 개척이 날로 힘겨워진다고 느낀다.지난해부터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데다 중국 경쟁업체들의 기술력까지 훌쩍 커져버린 때문이다. 이 회사 부설연구소의 조남근 소장은 "중국의 광소자 분야 기술은 사실상 우리나라와 대등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1일 전국 27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중국의 기술 추격과 업계 대응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업체는 중국 경쟁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평균 4.6년으로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분야별로 신제품 개발이나 설계 분야는 5년 이상 앞서는 반면 디자인.포장.생산 등 분야는 4년 정도로 좁혀진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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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 전자 업종이 3.3년으로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가장 좁혀진 분야였다. 특히 전자업종의 디자인이나 생산 기술은 2년 남짓이면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격차가 바짝 좁혀진 업종으로는 석유화학(4년).기계(4.4년).섬유(4.6년).철강(4.8년) 등이 뒤를 이었다.

조선.자동차 업종은 5년 이상 격차가 있다고 답해 이들 분야의 기술우위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근래 기술 발전 속도에 대해선 86.6%가 '중국이 우리보다 빠르다'고 응답한 반면,'우리보다 느리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해 중국의 기술추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특히 섬유(97.6%)와 조선(92.1%) 업종에서 이런 초조감이 심했다.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진다고 느끼면서도 '대책을 마련했다'는 응답은 23.3%에 불과했다. 대책을 마련했다는 기업을 보면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 '자체 기술개발 노력'(69.7%)을 가장 많이 꼽았다.'핵심기술 인력 확보(13.2%)', 기술유출 방지(12%)'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의 손세원 경영조사팀장은 "중국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기술 경쟁력마저 추월당하면 우리 기업이 설땅은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리지온의 조 소장은 "중국에선 첨단 기술 분야 제품의 경우 대학이나 정부연구소에서 연구.개발한 기술을 직접 생산현장에 가져다 쓰는 산.학.연 협업체제가 우리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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