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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골 깊어진 대구·경북…R&D 특구 등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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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북의 형편도 마찬가지다. 휴대전화.LCD.철강 등 주종업종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앞날이 밝지 못한 상황이다. 구미의 전자부문은 7세대 LCD의 파주 이전과 삼성전자의 주력이 아산.탕정으로 옮기게 되면 주도권을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대기업 공장의 수도권 신.증설 허용이란 벼락이 떨어졌다. 이로써 지방의 첨단 대기업들은 줄줄이 수도권으로 이전할 채비를 갖출 것이다. 그 여파는 대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도 동반 이전이 불가피해진다. 대구경북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대구와 구미지역의 생산감소액이 연간 4조원에 달하고, 소득은 1조2000억원, 고용은 1만8000명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개발연대에는 대구.경북 지역이 경쟁력을 가졌었다. 전국이 단일 경제권인 구조하에서 서울은 중추관리기능을, 지방은 생산을 담당하는 분업구조가 형성됐는데, 이 지역의 산업단지가 효율적인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품의 주기가 짧아지고 신제품이 속속 등장하는 지식기반사회의 도래와 함께 정보화.개방화의 급진전으로 세계화.지방화 시대가 본격화함에 따라 지역의 경쟁력 요소는 변모했다. 즉 세계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선 지역도 생산과 중추관리기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방화이고, 따라서 우리나라 경제도 복수 경제권으로의 분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지역마다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내 소득과 고용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든 국내 기업이든 투자 유치는 물론 지역 내 기업의 이탈을 방지하자면 세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중요한 요건은 고급 기술인력의 용이한 확보 여부다. 그러자면 인력 양성과 함께 양호한 정주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또한 연구개발(R&D)과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서비스 기능도 필요하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도 형성돼 있어야 한다. 하루빨리 스스로 이러한 요소들을 충족해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지역경제 회복의 궁극적인 대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간, 경제주체 간 협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물론 단기간 내에 지역의 힘만으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중앙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이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10여 개 공공기관의 이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대구.경북은 타 지역에 비해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타격이 큰 만큼 R&D특구 지정 등 중앙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

김준한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